임대가 왜 이렇게 많아
마을의 풍경은 시나브로 달라진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마을 풍경이지만 어느 샌가 마을의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중 한가지가 ‘임대’로 나온 점포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 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 데? 라는 꼬리표가 따라온다. 분명히 얼마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것이 기억나고 리본달린 화분들이 즐비했던 오픈발 가게였던 것 같은데,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 오픈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인테리어 업자만 돈을 번다는 말이 있었다. 가게들이 새로 오픈을 하니 그때마다 인테리어를 하게된다. 투자해서 매장을 열어 생계를 이어가려는 심산이었지만 몇해 못넘기고 문을 닫으면 투자금만 고스란히 날리는 꼴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아예 빈가게가 속출하니 인테리어 업자만 돈을 번다는 것도 차츰 틀린 말이 되고 있다.
내가 사는 마을만 그런 줄 알았더니 23년 인천의 자영업자 6만명이 폐업신고를 했다고 한다. 전국 자영업 폐업 비율이 7%대인데 인천은 10%대로 전국 1위라고 한다. (인천일보. 2024.07.15) 인천의 자영업자 폐업이 이렇게 증가힌 것은 사업부진이 원인으로 내수부진이 주 원인이다. 음식점의 경우 맛이 성패를 좌우하거나 사비스나 청결함 가격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손님이 줄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요소를 다 이겨낸다고 해도 시민들 주머니 사정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속사정이 있어 그런지 동네에 빈가게가 하나 둘 늘어가는데 보통은 얼마 안있어 신장개업 가게가 들어설만도 한데 몇 달 째 임대로 남아 있는 곳들이 허다하다. 그만큼 손님도 없고 손님들도 확실하게 검증이 잘되는 가게가 아니면 좀처럼 발길을 주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맛집으로 유명한 집은 그런대로 손님이 오는데 그렇지 않은 ‘보통’식당들은 손님이 귀하기만하다. 그러다 영락없이 보증금까지 날리고 사업을 덮을 판이다.
작년 초여름께 교동도에 다녀 올 일이 있었다. 강화도 나오는 길목에 식사를 할 요량으로 차를 세우고 해장국집에 들어갔다. 밖에서 보았을 땐 규모있는 장사가 좀 되는 그런 식당인줄 알았는데, 넓은 홀은 청소가 제대로 안되어 지저분하고 서빙을 보는 이는 외국인 청년 노동자 한명뿐이고 주방은 나이가 꽤 되보이는 노파가 사장겸 주방으로 일하고 있었다. 아마도 장사가 꽤 되었을 듯 싶은데, 지금은 쇠락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집 외에도 주변 가게들이 앞다투어 퇴색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포까지 달리는 길가 풍경들도 또한 그렇게 보였다. 내가 사는 동네 뿐만 아니라 곳곳이 불경기의 홍역을 겪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때는 이곳 저곳 번성하던 골목들이 점점 임대 붙힌 가게들이 늘어나더니 사람들 발길도 뜸한 것이 외진 골목으로 변해가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전국 곳곳에서 쇠락하는 마을의 풍경이 늘어가고 있다.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한 두개 가게가 흥하거나 망하는 것은 개인 탓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렇게 전국곳곳의 쇠락은 다른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 이유라고들 한다. 장기간의 불경기와 고물가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의 불경기가 끝나야할 문제이다. 쇠락해가는 마을의 풍경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마을 경제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가 살아야 한다.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 나라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하고, 전 세계의 변화도 놓치지 말아야한다.
우리가 사는 마을은 온 세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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