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퐁실한 구름을 떠올리게 하는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한다. 하늘 위에 피어오른 뭉게구름을 보자니, 오늘은 프렌치토스트 먹기 딱 좋은 날이다! 프랑스에서는 프렌치토스트를 버려진 빵이라는 뜻의 ‘펭페르뒤’라고 부른다고 한다. 달걀물을 입혀 식빵을 살려보려는 노력에서 붙인 이름이었을까. 프렌치토스트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두툼한 식빵에 달걀물을 묻혀 구워낸 뒤 꿀이나 시럽, 설탕을 기호에 맞게 뿌려 먹는다. 끝. 그렇지만 요리에 재주가 없는 나는, 겉바속촉은 커녕 익기도 전에 시커멓게 태워버리고 만다. 겉은 어느 정도 바삭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구름이 생각나게 하는 그런 따뜻한 프렌치토스트를 먹고 싶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덜 달게 만들어진 토스트여야만 했다. 그런 토스트를 찾아 나섰다.
날이 좋았다. 봄이 오려는 듯 물에 젖은 풀내음이 났다. 우리는 연남동 길을 걸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다. 연남동에는 몇 유명한 토스트집이 있었는데, 그중 내가 가보지 않은 토스트집을 가보기로 했다. 늦은 오후였지만 토스트 가게 문 앞까지 바글대는 사람에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버려진 빵이라는 이름을 가져도 되는 건가. 그러기엔 너무 인기가 많다. 대기 번호 30번 대를 받고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직원 분이 분점 같은 곳을 알려주었다. “거기 가면 커피 대신 티를 팔지만 1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라는 말에 냉큼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나의 목적은 구름 같은 프렌치토스트를 먹는 것이지. 거기에 원래 오늘은 커피보다는 잘 어울리는 밀크티를 먹을 계획이었다. 티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이 몇 없는, 이전 가게보다 더 아담한 가게였지만 달콤하고 푹신한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기 좋은 장소였다. 마침 빈자리가 눈에 띄어 앉으려고 했지만 “전화 받고 오셨나요?”라는 물음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이전 가게 직원이 이쪽으로 안내해 주셨다고 직원 분께 말씀드리자. 갑자기 옆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희도 그 말 듣고 온 거거든요?” 기분 나쁘게 따지는 듯한 투에 놀라 돌아보니 종이에 이름을 적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생각지 못한 대기 손님이 있었던 거다. 이전 가게 직원과 소통이 되어 바로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사람 옆에 있던 일행이 툭툭, 치며 그 분을 말렸다.
부드러웠던 카페의 공기가 바뀌었다. 머쓱하게 순서에 이름을 적고 나와 근처 놀이터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화나게 했을까? 어차피 정해진 규칙이라면 직원 분이 안내를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걸 알았으면 우리도 태도를 바로잡았을 것이다. 포근한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렸다가 실수로 포크에 찔린 기분이었다. 친구와 나는 밖에 나와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친구가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게 되었다. 최근 친구가 몸이 안 좋아진 탓에 회사에서도 제한된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어쩌다가 같이 먹는 날이면 배려해 줘서 감사한 사람도 있지만 아픈 게 죄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강요는 할 수 없어도 매일 먹는 밥, 그중 한 끼 정도는 배려해서 다 함께 행복한 식사를 해도 되는 것 아닐지.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날카로움을 세우며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회가 되었을까.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이기심만 보이는 사람이 되었을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던 탓에 금방 내 차례는 찾아왔고, 프렌치토스트 가게에 들어가자 달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지루하지 않은 기다림 끝에 우리는 가게 안에서 가장 괜찮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화를 냈던 그분은 내가 가장 앉고 싶지 않았던 자리에 앉아계셨다. 뜨거워서 후후 불어먹는 밀크티와 혀에 녹아드는 푹신하고 아릿한 다디단 그 맛이 우리를 위로했다. 단순하게도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은 진짜다. 한입 가득 들어찬 토스트를 음미하면서 마음을 풀어냈다. 구름 같은 이 빵처럼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적어도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친절히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토스트보다, 구름보다 더 부드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