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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옴 Nov 15. 2019

7. 수술, 그것은 선택의 연속

전절제 vs 반절제 / 절개술 vs 로봇수술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갑자기 수술대에 올라가게 된 상황.     

내 몸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첫째, 전절제와 반절제     

갑상선은 목 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선으로 협부와 좌엽, 우엽으로 구분된다. 혹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갑상선 전부를 절제하는 전절제를 하기도 하고, 갑상선의 한쪽만 절제하는 반절제(엽절제)를 하기도 한다. 사실 전절제와 반절제는 환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상황을 고려하여 의학적인 진단과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내 경우, 한 병원에서는 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병원에서는 반절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전자를 선택한다면 타협의 여지없이 내 갑상선 전부와 이별해야 할 것이고, 후자를 선택한다면 상황에 따라 갑상선 반쪽은 어쩌면 지킬 수도 있다. 갑상선은 크기는 작지만 대사에 관여해 인체 내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은 장기가 어디 있겠냐만은...) 갑상선 전절제를 하게 되면 갑상선이 전부 없어지는 것이므로 평생 갑상선 호르몬을 복용해야 한다. 반절제를 하는 경우에 남아 있는 갑상선이 기능을 잘해준다면 호르몬을 복용하지 않기도 한다. 전절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남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갑상선의 반이라도 몸에 남겨 두는 것이 무조건 좋아 보일지 모르겠으나, 전절제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반절제 환자의 경우 요오드가 들어간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 하는데, 전절제 환자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다. 또 전절제 환자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데, 이 치료를 함으로써 남아있는 갑상선 암세포를 파괴하여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나는 반절제를 할 경우 남은 갑상선에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까 걱정이 되었고, 결국 전절제를 선택했다. (전절제를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은 수술이 끝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둘째, 절개술과 로봇수술     

내가 수술받기로 한 병원에서는 절개술과 로봇수술이 둘 다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절개술은 갑상선이 위치한 목 부분을 직접 절개하여 갑상선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로봇수술은 겨드랑이 부분을 절개하여 로봇 팔을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다. 장단점은 명확했다. 절개술은 수술비가 저렴하지만 목에 긴 흉터가 남는다. 로봇수술은 수술비가 비싸지만 겨드랑이에 흉터가 남기 때문에 겉보기에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목 흉터에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서 과감하게 로봇 수술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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