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미안했던 시간들

산후우울증에 힘들었던 그때

by 최다온

첫째 아이를 낳은 뒤, 변해 버린 나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결혼할 때 몸무게가 49kg이었다. 만삭일 때 72kg이었다. 출산을 하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몸무게는 태어난 아기 무게만큼만 빠지고 그대로였다. 결혼도 처음, 아이도 처음, 설렘과 함께 낯설고 불편했던 것들도 참 많았다.


'이대로 내 몸이 굳어버리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다이어트하고 관리해서 예뻐지자!'라고 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리 예쁘지 않은 얼굴, 그나마 몸매는 괜찮았는데... 그마저도 라고 생각하며 못나진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못나진 나를 미워하게 되자. 내 주변에 모든 것들도 미워졌다. 내가 있는 그 공간, 그 시간, 그리고 남편과 갓 태어난 아이도 예쁘지 않았다. 마음을 잡는 게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1호 언니가 "애기가 왜 이렇게 울어?"라고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데 정신이 번쩍 났다.


옷장 속에 내가 날씬했을 때 입었던 옷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입어보며 화를 내고 바지들을 던지고 찢고 있었다.

거울 속 나를 보며 쉼 없이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 침대 위에서 100일도 채 안된 아가는 숨 넘어가는 듯 울고 있었다.

거울 속 나를 보며 화내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게 산후우울증 증상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201호 언니가 문을 두드리고 애기엄마 애기가 왜 이렇게 우냐며 문 열어 보라고 했던 순간의 찰나가 지금 생각하면 감사한 순간이다.


문을 열어드리자 아기를 향해 돌진한 201호 언니는 아가를 안아 달래셨다.

결혼을 하고 연고가 아닌 남편 직장을 따라서 온 사원아파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임신소식과 함께 사원아파트에 입주했고, 친정이 있는 대전에서 출산을 하고 3주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친 뒤, 다시 아무도 없는 곳으로 와서 혼자 힘든 시간을 보낼 때 201호 언니가 그렇게 와서 우리 아기를 달래주었다.


"아기 이름이 뭐야?"

"혜원이요."


"혜원엄마. 시간이 조금 지나야 해, 시간이 지나면 좋아져!"


사사로운 이유를 묻지 않아도 201호 언니는 내 상황을 짐작하는 듯했다.

계속 아기를 안고 달래시면서 나에게 물었다.


" 밥은 먹었어?"

그 한마디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 내가 밥을 먹고 싶기는 한지, 밥을 먹었는지, 선뜻 답하지 못했다.


아이를 침대 위에 달래 놓고 언니는 냉장고문을 열어 몇 가지 반찬과 밥을 꺼내 차려주시고, 아이를 안고 있을 테니 밥을 먹으라고 해주셨다.

눈물과 함께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있는 나에게 201호 언니가 말해줬다.


" 하고 싶은 거 제대로 못하고, 옷도 다 안 맞고, 지금 내 모습이 초라하고 힘들지? 그런데 이렇게 이쁜 아가를 얻었잖아. 혜원엄마 조금 지나면 이 시간들이 그리워져. 아가 조금 더 키워놓고, 하고 싶은 거 하러 밖으로 나가면 돼... "


당장 무엇이 그렇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으면서, 변해버린 내 생활에 무엇이 그리 힘들다고 불만을 갖고 나 자신을 괴롭혔는지, 그 순간의 나에게, 그때의 나에게 미안했다.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게

그 과정 속에 나에게 힘이 되어준 많은 고마운 분들도 떠올려 본다.

지금, 예전의 나만큼 날씬하지는 않은 내 몸도 나는 사랑한다. 더 소중한 그 무엇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보다 풍요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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