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5: 시선 b.

시선 b.

by 다온

20XX.06.13.


Adios에 올라오는 글은 마치 먼 바다에 던지는 유리병 속 쪽지 같았다. 대답이 오지 않고 어딘가에 도달할지 알 수 없는 기별.


그래서 우주라는 바다에 떠돌고 있는 엄청난 수의 유리병을, 우주를 떠돌며 확인했다. 그건 이미 지구에서도 Adios 속 소식들에 지친 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저 이 우주선의 항로를 어떻게 해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지 그게 유일한 희망이자, 희망은 한편 이뤄지기 힘든 것이라 다시금 고통이 되는 어떤 것. 그래서 Adios에 자주 접속하지 않았다. 다만 견디기 정말 힘든 어느 날, 우주에서 이대로 감정의 연고도 없이 죽으면 블랙홀이 조문객이고 저 별이 상주인가 생각하는 날, 접속했다.


그러던 날이 어제였고, 하나의 게시글을 발견했다. 제목은


<일탈: 우주를 떠도는 공허한 마음들을 위하여>


게시글을 눌렀다. 다른 글들은 � ☹️ � ☠️ � 다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 글은 내가 모르는 것을, 새로운 자극이 있을 수 없는 공허 속에서 알려주고 있었다. H2P. 에이치 투 피. 투 피. 그 발음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보잘것없는 미미함을 닮은 그것이었다.

글에는 전공자라면 충분히 알아볼 만한 H2P 접속을 위한 백도어가 드러나 있었다. 우주가 동굴이라면 그 순간 H2P는 토끼여서 앨리스는 H2P에 접속했다. 커서의 깜빡임이 마음을 때리듯이 무거웠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예요?

##. ##이요. 그쪽은요?

J요.

제이.

어때요?

뭐가..

거기요.

지루해요.

살고 싶어요?

죽기는 무서워요.

그럼 살아볼까요?

………….

입력 중이에요?

아뇨.

## 우리 만나요. 만나자구요.

그걸 어떻게 해요?

제가 열심히 짜보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계획을.


지구에 가면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가능성이 우주의 먼 공간을 건너 고작 0과 1일뿐인 활자에 담기다니 이상했다. 고작 것이 너무 커서 이상했다. 그러나 그런 이상함은 나를 정말 지구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우주선의 자동 항법 시스템에 열을 올리며 그걸 풀어낼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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