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d.
「뉴스가 쏟아져내린다. 무슨 일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축제 비슷한 걸 하나보다. 화려함에 빠져있는 부류의 인간들의 취향이야-아직도 이해는 안 되지만-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요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분명 나랏돈 없다고 신음하는 걸 들었던 것 같은데. 혈세, 혈세하더니 체라도 했나보지. 20XX년 X월 X일 」
이딴 건 대체 언제 써놓은거야. 쓸데없이 부지런하기는. 젠장…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 때 같이 도망을 쳤어야 하는 건데. 손 들 용기 하나 없는 성격이 결국에는 내 인생까지 조져 놓는구나. 인간이 적응하는 생물이라던 놈들, 어떻게 알아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같은 놈을 겨냥해서 지껄인게 분명해. ‘시궁창에서도 살아남은 인간, 쥐-인간!’같은 뉴스를 내놓으면서 대단한 발명이라도 한 양 나를 골려댔겠지. 생각만해도 부아가 치밀어오른다. 누구 때문인지도 모르는 놈들 주제에. 망할…
그래도 지구가 엉망진창이 된 덕분에 고개 빳빳히 들던 놈들도 어지간히 밸이 꼴릴테지. 어디 잘난체 하나 못하는 삶의 맛이 어떠냐 이 망할 것들아. 젠장할… 어딨는지도 모를 나같은 놈이 이렇게 씹어대봤자 안 보이는데서 호위호식하고 있을게 뻔한데. 어쩌면 쓸데없는데 돈을 안 써도 되니 오히려 더 잘 먹고 잘 살지도 모르지. 한 평생을 놀고 먹고 사는데도 부러움을 받는 인간으로 사는거냐.
그래도 나라에서 준 이 adios인가 뭔가 하는 거, 이게 삶의 낙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쓰레기 장인지, 외계 행성인지도 모르겠고-아니 알고 싶지도 않은-지구를 쳐다볼 바에야 이게 훨씬 재밌다. 눈꼴 시린 놈들도 쳐다볼 수도 있고, 엿 먹여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시간 때우는 데에 이 만한게 없다고. 우라질… 오늘 본 자식은 무슨 수입산 재료를 구해서 요리를 해먹던데, 외국과의 교류는 끊긴거 아녔나. 아직도 그런게 가능한 거냐고. 그딴 게 되면 밖에나 보내달란 말이야. 이짓도 대체 몇 달째인건지. 아무튼 이걸 보고 있으면 ‘세상이 말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진짜로 말세가 되버린 세상인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뻐대는 놈들이 있는 걸 보면, 옛말 틀린 거 하나없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이렇게 될 줄. 콧대높은 윗대가리 놈들이나 일평생 돈깨나 벌었다고 자부하는 놈들. 아무데나 들쑤시고 ‘인류의 마지막 자원 개발'같은 소리 할 때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기어코 일을 내버리냐. 요 망해버릴 세상을 물려줄 자식도, 내 바가지를 긁을 부모도 없으니 망정이지. 맞아 또 adios를 보면 가관이다 아주. 경멸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꼴이라니. 그러게 착한 척하며 살지 말랬지. 개같은 위선자놈들. 일등시민인척, 고고한 척은 하루가 바쁘다 해대시더니 나 같은 놈들까지 피를 보게 만들다니.
젠장맞을… Adios Malice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세상 돌아가는 꼴 하나 변한 거 없이 염병인데 무슨. 악의, 화, 짜증은 그대로구만 무슨. 그리고 이게 다 업보라 이거야. 자연의 악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 지들이 잘못한 일이면서. 슬슬 지겹다. Adios로 세상 구경하는 것도. 이 일기를 Adios에 올려보기나 할까. 몇 명이나 이 험한 세상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머저리들이 깨달음없이 사는지 확인이나 할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