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만큼 물러서는, 예의라는 이름의 거리
내게 하나뿐인 사위는 참 예쁘다.
내 자식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 자꾸만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그 예쁜 마음과는 별개로
사위라는 존재가 내게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그 아이를 참 좋아한다.
만약 사위가 아니라 내 아들이었다면
사랑이라는 핑계로 잔소리 한마디를 더 얹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위이기에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입술 뒤로 한 번 더 삼킨다.
어쩌면 그 삼켜진 말들이야말로
'예의'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우리 사이를 지켜주는 가장 안전한 거리일지도 모르겠다.
혹여나 나의 서툰 애정이 아이에게 짐이 될까 싶어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머물 수 있는
이 적당한 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끔은 생각한다.
진짜 내 아들이었다면
정을 많이 주고 의지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들이 아니기에
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있음을 배운다.
그것은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배려이고
멀리서 묵묵히 응원하는 다정한 무관심이다.
다음에 그 아이를 만나면 꼭 이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홍 서방이 오니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참 좋다."
어떻게 하면 정을 듬뿍 주면서도
부담이라는 무게는 덜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매일 마주하며 일상을 섞는 것보다
의미 있는 자리에서 깊게 눈을 맞추는 것.
일상적인 만남보다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
서로의 안부를 귀하게 묻는 시간이
우리에겐 더 귀하고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사위라는 관계는 아들과의 관계와는 분명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아들이 가슴으로 낳은 존재라면
사위는 예의로 빚어낸 소중한 인연이다.
나는 오늘도 그 아이가 내준 '다정한 거리' 안에서
가장 사려 깊은 장모가 되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