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남편을 둔 아내들과 (건강이라는 핑계뒤에 숨은 이기심)
테니스 남편을 둔 아내들과 마주 앉는다면
아마 밤을 새워도 모자랄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이다.
매일같이
그리고 소중한 주말까지
온통 테니스에만 마음을 뺏긴 남편을 곱게 봐주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남편 혼자 코트에서 땀 흘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서운함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나 역시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라켓을 잡았다.
노란 공이 스트링에 정통으로 맞을 때의 그 쾌감,
땀방울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의 상쾌한 피로를 나도 안다.
그래서 테니스가 얼마나 무서운 중독인지
그 세계가 얼마나 사람을 홀리는지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라켓을 내려놓은 건
단지 몸이 고되어서가 아니었다.
함께 지켜야 할 가정이 있고
코트 밖에도 우리만의 경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테니스를 이해하기에
남편의 열정을 더 곱게 봐주려 애썼다.
내가 코트를 떠나 집안의 적막을 채우고 있을 때
남편은 여전히 코트 위에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나의 독박 가사와 기다림.
나의 희생을 모른 척하는 남편의 이기심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아내의 마음이 in 인지 out 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라.
밤늦게 술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흙먼지를 잔뜩 묻혀 들고 온 빨래 뭉치를 볼 때면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쓰레기 더미처럼 느껴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월례대회까지 하는 날이면
그날 밤은 어김없이 싸우는 날이다.
아침 일찍 나가 뒤풀이까지 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언제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인내심의 한계다.
인생이라는 긴 랠리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동호회 회원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아내다.
삼십 년을 테니스와 싸워왔다.
이제는 나를 이해시키려 하지 말고, 당신이 나를 이해할 차례다.
주말 아침의 서브 에이스보다
함께 하는 커피 한 잔의 온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남편의 열정은 오직 테니스일까.
그럴 때면 이 결혼생활에서 남편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당신 인생의 복식 파트너는 동호회 회원인가요, 아니면 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