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 알게 된 것들

반항하던 딸, 이제는 엄마를 닮아간다

by 다온홍쌤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엄마가 된다는 건, 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그랬다.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엄마가 되었다.

그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만 품고 있었다.
내 엄마처럼 살지 않으리라.
그러나 인생은 종종 그런 다짐을 비웃듯,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른 결혼을 선택했다.
그땐 그게 독립이었다.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계를 갖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삶을 혼자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인생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만 풀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큰아이를 낳고, 나는 그렇게 싸우고 소리치던 나의 엄마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육아는 내 모든 일상을 무너뜨렸다.
하던 일도 접고, 하루하루가 아이 돌보는 일로 채워졌다.
시간이 쌓여 3년쯤 지났을까, 장성에서 금촌으로 이사했다.

이삿날,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이삿짐을 옮기러 갔다.
그날 엄마가 처음 손주를 봐주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육아에서 해방된 기분을 맛보았다.
그 해방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엄마가 되어봐야 엄마를 안다고 한다.
그 말이 그날 내게 진실이 되었다.

겨울이었다.
남편은 혹한기 훈련을 떠났고,
나는 아이와 함께 기름이 떨어진 집에서, 이불을 겹겹이 덮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문을 열고 들어오시자마자
"집이 왜 이렇게 춥니?"
그리고는 한숨과 함께,
기름도 넣어주시고, 미용실에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군인 남편의 박봉에, 적금까지 넣으며 살아가던 나는
머리를 자른 지 1년이 넘은 상태였다.

그땐 괜찮다며 투정 부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날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지 짐작이 간다.
하나뿐인 딸이, 돌봄 하나 받지 못한 채, 겨울 속에 웅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엄마가 집을 따뜻하게 데우고, 아이를 돌봐주시던 그 짧은 시간.
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했다.
그 순간부터였다.
나를 다시 돌보기 시작한 건.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뭐라도 배우고 싶어졌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둘 찾아보았다.
그때, 엄마가 말했다.
“장사 한 번 해봐라. 내가 도와줄게.”

그 말이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장사를 시작하기엔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나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가리지 않고, 아이를 위해서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돌아온 것이 피부관리였다.
내가 할 줄 아는 것들 중, 그래도 제일 하고 싶은 일.

엄마의 도움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내게 보여준 사랑은
따뜻한 보일러 소리 속에 있었고,
미용실 의자에 앉아 거울 속 나를 마주하던 순간에도 있었고,
무심한 듯 건넨 그 한마디—
"엄마가 도와줄게"—
그 안에 전부 담겨 있었다.




그날의 따뜻함이 나를 다시 걷게 했다.

아이의 엄마로만 살던 내가, 다시 '나'로 돌아오던 날.

그리고 그 길의 시작엔 늘… 엄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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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