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의 도덕

'시'자가 난감해

by 다온

내 동생은 스무 살 때부터 만난 동갑친구와 스물일곱 되던 해에 결혼했다. 현재 아들이 둘 있고, 나는 우리 집 새 식구의 '결혼 안 한' '손위' 시누이 되시겠다. 부디 올케에게 이단 콤보로 인식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지방에 살기 때문에 만날 일이 많아야 일 년에 한두 번뿐이다. 카들이 더 어렸을 때는 내가 자주 영상통화를 걸었지만 지금은 애들이 유튜브를 더 좋아하는 바람에 내가 전화를 걸면 '엄마가 허락한 스마트폰 시간이 줄어든다'며 귀찮아한다. 그래서 그쪽 집과제 랜선 관계도 느슨해졌다.


올케는 좋은 사람이다. 성격이 무던하고 가식이 없고 부지런하고 알뜰하다. 우리 가족이 복을 받은 거라 생각한다. 그간 여러 사람들의 시월드 얘기를 들어왔고 언제일진 모르지만 나도 장차 그 세계에 입성하게 될 테니 '시'에 대한 어감이 좋지만은 않다.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뭇사람들의 각종 썰들이 이미 내 인식에 견고히 박혀 부정적 이미지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남의 집 얘기를 어디서 주워듣고는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돼"라고 하면 엄마는 "요즘 그런 시어머니들이 어디 있냐, 며느리한테 잘 보이려고 얼마나 잘하는데"라고 하신다. 지금은 옛날처럼 아들 가진 유세가 통하는 시대도 아니고 다들 귀하게 자란 자녀들이라 양가에서 그만한 대접들을 해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란 게 모두에게 적용되진 않는 법. 시집 잘 갔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친구가 최근 이혼 소식을 전했을 때, 나는 그 이유를 듣고 얼마나 경악했가.

우리 가족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도록 신경 쓰는 편인데, 아들이 있는 한국 가정이다 보니 어느덧 존재만으로도 불편한 대상이 되어버린 게 좀 난감하다. 우리 집 장남이 결혼을 하면서 단체로 '시'자를 다는 집단이 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시동생이라 일컬어지며 '시댁' 타이틀을 얻게 된 건데, 일단 이런 입장이 된 이상 새 가족 구성원에게 불편을 덜 주고자 나름 조심을 하지만 이게 당사자에게 얼마나 닿을지는 영원히 미지수다.


부모, 형제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내 친구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나 현재 시댁의 사랑을 받으며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 우리 올케가 가족이 된지도 한참 지났는데, 부디 그녀가 '시'금치도 안 먹겠다는 의지를 북돋을 일 없이 주욱 마음 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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