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노래

교양있는 고령사회

by 다온

출퇴근 거리는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장 근처고 있다. 솔직히 내가 살고 싶은 동네는 따로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곳들은 내 힘을 영혼 저 끝에서부터 끌어온다 해도 비싸서 갈 수가 없.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이 동네에 정착한 게 직장 때문이면서도 바로 그 '직장' 때문에 동네가 혐오스러워지기도 했다. 출퇴근 동선이 평소 나의 생활 반경 안에 있다 보니, 직장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면 '내가 이 동네를 뜨든지 해야지'하며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것이다.

우리 동네는 서울 중심가에서 '많이' 멀다는 것 빼고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거의 모든 편의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거주 만족도가 높다. 그 공의 반은 '책'에 있. 몇 년 새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이 더 생기고 집에서 서점까지 단 몇 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에 애정이 커진 것이다.


출근을 안 하는 평일 오전, 나는 집 앞 서점에 갔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노리고 간 것이다. 그런데 책 읽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럿 계셨다. 어르신들의 취미라 하면, 공원에서 장기를 두시거나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 계시거나 산에 다니시는 모습만 떠올랐는데 내가 전부터 동경했던 그림이 장 눈앞에 펼쳐있었다. 몇 년 전 삿포로 여행 중 카페에서 본 평일 침 풍경이 떠올랐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모습을 실감했던 순간이다. 카페 창문 너머 오도리 공원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가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러 들어온 그 공간에도 신문이나 책을 정독 중이신 흰머리의 노신사들이 많았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시대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 생각엔 '책'이 꼭 포함될 것 같다. 우리는 인류가 쌓아온 모든 것을 종이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사회는 앞으로 더욱더 책 읽는 공간에 힘을 실어 주면 좋겠다. 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므로, 비정상적인 사회현상들은 이를 통해 조금씩 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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