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이카 수준의 봉사가 아니지만 어쨌든 개발도상국에 파견되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살 수 없음이 전제되어있고 이것이 벅차다면 처음부터 관심을 끊는 게 맞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면 적극 권하고 싶다. 나처럼 삶의 기본 요소도 충족되지 못한 곳에 배정되어 남보다 고생을 할 수도 있고, 내 모든 노력이 헛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렇다고 대단한 것이 내 눈 앞에 펼쳐지거나 로또 같은 행운이 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자신의 삶에 자산이 될 만한 것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생에 별책 부록 같은 페이지를 만든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누구나 하는 일이 아닌 만큼 도전 가치도 있고, 어쩌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수도 있다.
특히 20대 공립학교 교사, 그중에서도 초등교사라면 잠깐이라도 학교 밖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오랜 기간 공무원 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때, 학교라는 직장의 특성상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에 지치고 고리타분해지기 쉬우므로 넓고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쯤 가져보는 게 유익하다고 판단해서다. 보츠와나에 방문하셨던 후배의 지인은 50대 교사이신데 막연하게나마 해외 파견에 관심이 있으셨고, 특히 SNS에서 본 파견자들의 모습이 멋져 보여 기대감이 크셨다 한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며칠 생활을 해보니 본인은 못할 것 같다고,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게 되어 좋은 계기였다고, 하지만 본인의 20대 아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씀을 남기셨단다. 나와 함께 파견 온 초등교사는 모두 후배들이었는데, 나도 신규 때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바로 지금이 나이스 타이밍이었다고 믿는다.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인생의 모든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그 모든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 훗날 인생을 돌아볼 때 나는 이 보츠와나행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 내 인생에 미친 플러스 마이너스가 뚜렷해지겠지만 치열한 고민 끝에 택한 것이었던 만큼, 나는 그 결정적 순간에 서있던 과거의 나에게 앞으로도 지지를 보내려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기회비용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