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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03. 2021

인생의 레몬차


루화난이라는 작가가 쓴 <인생의 레몬차>에는 이런 이야기 나옵니다. 한 쌍의 연인이 커피숍에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서로 자기주장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자는 화가 나서 가버렸고, 여자는 홀로 남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음이 심란해진 여자는 앞에 놓인 레몬차를 휘저으며, 레몬조각을 스푼으로 찧었습니다. 그러자 레몬이 뭉개지면서 껍질에 있는 쓴 맛이 차에 섞였습니다.


여자는 종업원을 불러, 껍질을 벗긴 레몬을 넣은 차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종업원은 시원한 레몬차 한 잔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레몬차 속의 레몬은 여전히 껍질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화가 나서 다시 종업원을 불러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종업원은 그녀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레몬 껍질을 충분히 물속에 담가두면 껍질의 쓴 맛이 용해되어 시원하고 감미로운 맛을 냅니다. 그러니 조급하게 레몬을 짜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혼탁해질 뿐 차 맛을 망치게 됩니다."


종업원의 말이 가슴에 와 닿은 여자는 종업원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종업원은 열두 시간이 지나면 레몬이 자신의 향을 전부 방출하므로 가장 좋은 맛의 레몬차를 마실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종업원의 말을 듣고 여자는 레몬차를 보면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레몬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열두 시간 후, 그녀는 이제껏 맛보지 못한 가장 맛있는 레몬차를 맛보았습니다. 레몬이 차에 완전히 용해되어야만 이와 같은 완벽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런 다음 여자는 남자 친구를 만나, 앞으로 어떤 큰 문제를 만나든 레몬차를 기억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남자는 어리둥절해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좋은 맛을 맛보기 위해선 열두 시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야." 


단순히 차를 우려내는 일 뿐만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을 맛보기 위해서는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3분 만에 레몬 맛을 전부 짜내고자 한다면 차를 더 쓰고 혼탁하게 만들 뿐인 것처럼, 기다림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 인생의 참된 기쁨은 맛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하나님이 내 기도에 침묵하시는 것 같고, 기도의 응답이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을 맛보게 하시기 위함임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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