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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언 Sep 04. 2021

몸뚱이 뿐입니다


"여러분이 지쳤다면, 저 역시 지쳤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젠 죽이겠다는 위협에 넌더리가 납니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순교자가 되는 따위는 제가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이 일을 계속 잘해나갈 수 있을까 회의가 드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주먹다짐을 당하는 데도 지쳤고, 얻어맞는 데도 지쳤고, 감옥에 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쳤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수중에 가진 것이 많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넉넉한 재정도 우리에겐 없습니다. 학식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권력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 몸뚱이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행진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만약 누군가가 행진을 멈추라고 명령한다면, 그건 우리가 가진 마지막 하나마저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_ 마틴 루터 킹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십자가를 지고>라는 연설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실 오랜 관습과 전통, 권력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오랫동안 싸웠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상처만 깊어질 때, 킹 목사는 "우리에게는 몸뚱이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냉정해 보이는 이 말은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소망의 빛이 되었고, 그가 말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몸뚱이들"이 그렇게 고대하던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걷다 보면, 때로는 우리가 가진 것이 많지 않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시기를 만나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를 이겨내는 지혜는 내게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기에,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 더 먼 길을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는 너무나 많은 기회와 선택권, 재능과 자원만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가진 것이 없기에, 내가 아닌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님만을 바랄 때,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독특한 은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마음은 "내게는 하나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만 바라고 나갑니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가진 것이 많아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처럼, 빈 손에만 집중하다 동일하게 하나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몸뚱이뿐입니다."는 킹 목사의 말처럼, 이 땅을 살다보면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라도 가진 것이 몸뚱이 뿐이기에,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어갈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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