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가까운 어느 해 겨울, 미국 중서부의 한 작은 도시의 우체국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성탄절 카드를 몇 장 붙이려고 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성탄시즌이다 보니 유난히 그날따라 줄이 길었습니다. 그 때 우체국 직원이 줄 서 있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특별한 우편물이 아니고 일반 우표나 엽서를 사실 분들은 복도에 설치된 자동판매기를 이용하십시오."
그러자 많은 사람이 복도 쪽 자동판매기에서 우표를 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여전히 그 줄에 서 계셨습니다. 나이 드신 분이 힘들게 서 계시는 모습을 본 우체국 직원이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머니, 저기 가셔서 우표를 뽑으시면 더 빠른데요." 그러자 할머니는 우체국 직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기계는 저를 건강하게 해 주지 못합니다."
이 말에 우체국 직원이 의아해 하면서 무슨 뜻인지를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여기 자주 오시는 것 아시죠? 제가 여기 올 때마다 여러분들이 저를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고 또 친절하게 말을 건네주어서, 여기에 오면 제 마음이 즐겁고 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저 기계는 나를 그렇게 대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건강하게 해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체국은 우표를 파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체국 직원 역시 보다 편하게 우표를 파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우체국에 가는 이유는 우표만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우표만을 사기 원했다면 자동판매기를 이용했을 것이지만, 우표 이상의 가치를 사기 위해 불편을 무릎 쓰고 줄을 서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과의 만남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을 누리기 위해 우체국에 갔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합리성과 효율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건을 하나 구매를 하더라도,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만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그것입니다. 생산자에게 적정한 수익을 주기 위해 조금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불편과 아픔을 허락하시고, 우리의 기도에 더디 응답하실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우리에게 더 귀하고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주시기 위함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더욱 풍성한 은혜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자동판매기에서 우표를 사듯이 하나님을 찾는 사람은 아닌지, 그리고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하나님을 때를 줄을 서서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인지 돌아보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