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 / 아침 그리고 저녁
1.
소설을 읽다보면, 보통 주인공의 상황이나 문장을 통해서 내 생각을 발견해 나간다.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아주 특이하게, '구성'만으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침 그리고 저녁'의 시작은 주인공 요하네스의 탄생 장면이다. 요하네스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숨가쁘게 묘사했다. 솔직히, 엄마가 죽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다. 요하네스가 무사히 태어나고 안도하는 순간, 소설은 바로 요하네스의 마지막 순간을 그려낸다. 삶의 마지막 시간과 죽음의 첫 번째 시간이 교차하는 시공간이다.
삶의 마지막 시간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이미 죽음에 들어선 시간이었다. 주인공이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없다. 삶의 이야기가 빠져버린 순간, 역설적으로 삶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어떤 사건이 있든지 상관없다. 사소하고 하찮아서 삶의 이야기가 빠진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의 모습이든지, 그 자체로 중요하기에 다루지 않았을 것 같다.
사람은 항상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껴안고 산다. 계획을 세우고, 실패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아주 가끔은 계획대로 성취를 하고..하지만 그 다음에는 대부분 실패를 한다. 나의 계획과 의지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젊었을 때에는, 성공과 실패를 기준으로 나의 시간들을 평가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조금 나이가 들어가면 성공도 중요하지만, 실패는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실패가 달콤하지는 않지만,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고 또다른 성취의 씨앗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더 흐르다보니, 성공과 실패를 기준으로 내 시간을 판단하지 않게 된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저 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성공하지도 않고 실패하지도 않은 심심한 시간들을 보낸다고 할지라도, 그 것마저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고 삶이기에 소중하다.
욘 포세가 처음과 마지막을 다룬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아가더라도 소중하기에 굳이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2.
나는 살아오면서, 중요한 것은 항상 강조하려고 애써왔다.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으니, 오히려 중요한 것일 수록 그대로 두는 태도도 필요한 것 같다. 드러내려고 애쓰지 말고, 나의 취향대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유하거나 잘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3.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은 친구인 페테르(정확히는 페테르의 영혼)와 낚시를 하러 가고, 못이룬 옛사랑을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삶을 돌아보는 마지막 시간에 결국 '사람'(다시 말하지만 정확히는 유령들)과 함께 한다. 자신이 온몸을 불사른 성취의 현장을 찾아가거나 성공의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했던 사람, 마음에 품었던 사람을 찾아간다.
욘 포세는 성취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사람마다 조금은 다를 것 같다. 모두에게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소중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삶을 되돌아 봤을 때, 주변의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한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