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life balance는 인사 업무를 하면서 접한 단어이다. 처음 이 말을 접한 게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한 20년은 된 것 같다. 원래 이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노동자의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이다. 아직도 이 말이 ‘워라밸’이라는 약어로 우리 시대에 살아 있고, 50대와 20대가 다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공용하는 개념인 것이 신기하다. 아마 신, 구세대 모두 이를 확실히 쟁취하지 못해서 그런 탓도 있을 게다. 20년간 애써 싸워 왔지만 아직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그 균형.
그런데 개인적으로 약 30년 정도 인사 업무를 하고 세상을 보면서, 이제는 이 단어 자체를 좀 비판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 말은 워크와 라이프를 대립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라이프를 워크의 보완재처럼 취급한다.
이것은 기업 및 경영 컨설팅 쪽에서 나온 말인 걸로 안다.워크가 강하면 라이프가 약해지고, 라이프가 강해지면 워크가 약해진다는 관점이다. 어느 한쪽에 더 치중하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이것은 종국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원래 이 말의 도입 취지였다.
누가 강원도-한국 간의 밸런스, 이런 말을 한다고 치자. 이 자체로 말이 되는가? 강원도는 한국과 균형을 유지해야 할 개념인가? 강원도는 한국을 벗어나 있는가? 그런데 어떻게 일이 나의 삶, 나의 인생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단 말인가? 일은 삶 밖에 있으며, 삶과 견줄만한 무게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삶 속에 일이 있다. 일은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그러니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일과 여가의 균형, 일과 휴식의 균형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 균형이 우리 삶의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도대체 그동안 일이란 것이 얼마나 무거웠길래, 감히 우리의 삶, 우리의 인생과 균형을 맞추려 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