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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Jun 26. 2022

워라밸의 퇴조

Work life balance는 인사 업무를 하면서 접한 단어이다. 처음 이 말을 접한 게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한 20년은 된 것 같다. 원래 이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노동자의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이다. 아직도 이 말이 ‘워라밸’이라는 약어로 우리 시대에 살아 있고, 50대와 20대가 다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공용하는 개념인 것이 신기하다. 아마 신, 구세대 모두 이를 확실히 쟁취하지 못해서 그런 탓도 있을 게다. 20년간 애써 싸워 왔지만 아직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그 균형.


그런데 개인적으로 약 30년 정도 인사 업무를 하고 세상을 보면서, 이제는 이 단어 자체를 좀 비판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 말은 워크와 라이프를 대립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라이프를 워크의 보완재처럼 취급한다.

이것은 기업  경영 컨설팅 쪽에서 나온 말인 걸로 안다.워크가 강하면 라이프가 약해지고, 라이프가 강해지면 워크가 약해진다는 관점이다. 어느 한쪽에  치중하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이것은 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원래  말의 도입 취지였다.


누가 강원도-한국 간의 밸런스, 이런 말을 한다고 치자. 이 자체로 말이 되는가? 강원도는 한국과 균형을 유지해야 할 개념인가? 강원도는 한국을 벗어나 있는가? 그런데 어떻게 일이 나의 삶, 나의 인생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단 말인가? 일은 삶 밖에 있으며, 삶과 견줄만한 무게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삶 속에 일이 있다. 일은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그러니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일과 여가의 균형, 일과 휴식의 균형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 균형이 우리 삶의 모습이어야 한다.


하지만 도대체 그동안 일이란 것이 얼마나 무거웠길래, 감히 우리의 삶, 우리의 인생과 균형을 맞추려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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