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 카톡에 꽃 사진이 많은 이유

할머니들 카톡 프로필 사진의 비밀

by 작은길벗 소로우



할머니들, 그리고 우리 어머니 세대 분들의 카톡을 보면, 프로필 사진으로 꽃을 등지고 찍은 사진들을 많이 쓰신다. 어떤 분들은 배경화면에 꽃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본인 프로필 사진에 아예 꽃만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분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힘이 되는 오늘의 메시지'나 '오늘의 건강상식' 류에도 보면 배경도 꽃이요, 액자도 꽃이요, 꽃이 후드득 떨어지는 특수효과까지 있는 사진도 많다.

이 분들은 왜 이렇게 카톡에 꽃을 많이 쓰시는가? 나는 최근에 이 분들이 왜 이리 꽃에 집착하시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그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분들은 원래 꽃이었다. 지금은 속 빈 마른나무처럼 서계시며 웃으시지만, 이 분들은 원래 꽃이었다. 동네 오빠들 가슴을 심쿵하게도 했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아버지가 "나만 믿으면 돼" 그러면서 가슴 당당한 남자가 되도록 하셨다. 그리고 이 분들이 객지에 나가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 분들의 시골 아버지들은 막걸리에 멸치 쪼가리 씹으면서, 남 안 보는데서 굵은 눈물들을 흘리셨다. 그건 이 분들이 원래 꽃이라서 그랬다.

둘째, 이 분들은, 꽃도 아닌 것들이 꽃인 양 해대는 자기 자랑과 허영, 그리고 그 열흘의 영광들이 다 덧없음을 아시기 때문이다. 그 거짓 영광의 속절없음을 알기 때문에 진짜 꽃들에 더 열광하는 것이다.

셋째, 이 분들은 진짜로 꽃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셨기 때문이다.

나도 요즘은 길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진짜 귀엽게 보인다. 할머니랑 아장아장 걷는 세 살짜리 아이를 보면 정말 이쁘다. 엄마가 밀고 가는 유모차에 볼 빨간 갓난쟁이가 앉아 있으면 계속 쳐다보게 된다.

못생긴 애들이 더 이쁘다. 칭얼대면 더 이쁘고, 가지고 싶은 것을 못 가져서 그 억울함을 심한 통곡으로 모친께 아뢰며, 눈물 그렁그렁한데 지저분하게 코까지 흘리면 진짜 진짜 극강으로 이쁘다.

나도 점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었다. 할머니들이 꽃에 열광하는 것은 작은 미물, 작은 생명에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더 크게 열리셔서 그런 것이다.

이 분들은 원래 꽃이었지만 꽃의 덧없음을 알았고, 그리고 이제 주변에서 꽃을 보고, 꽃을 나누고 계신다.


이 분들의 카톡은 촌스럽지 않다.
사실 너무도 쿨하다.

나도 언젠가 이 분들처럼 꽃바지에 꽃무늬 운동화를 신고 길을 걸으며, 이름 없이 핀 잔꽃 송이들의 사진을 찍고 싶다.

그리고 카톡으로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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