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일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주방, 다른 하나는 홀 서빙이다. 외식업 종사자들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 모두 주방의 중요성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홀 서빙에 공을 들이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 결과 많은 가게들이 경쟁력 있는 음식 솜씨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숙한 서비스와 대처 방식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유동인구가 적은 골목 상권이라면 홀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고객의 재방문율이 가게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서버는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기엔 그저 웃는 낯으로 그릇을 나르는 게 전부인 것 같지만,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항상 손님들의 안전과 편의를 생각하고, 주방에서 나온 음식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교류를 끌어내는 것 모두 홀 서버의 역할이다.
여기서 가장 까다로운 일은 고객 응대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쉽지 않다. 과도하게 친절하면 부담스럽고, 무심하면 떠난다. 이토록 복잡한 마음의 손님들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는 섬세한 서비스 노하우를 요한다. 이는 다년간의 현장 경험이 쌓여야만 얻을 수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 저마다의 도덕적 관념과 이를 표현하는 행동양식은 상이하며 또한 다양하고 미묘하다. 이 때문에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크고 작은 오해 및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좋은 서버는 이를 슬기롭게 넘기며 고객들을 단골로 끌어들일 줄 안다. 과연 이런 문제를 주방의 요리사들이 해낼 수 있는가? 내가 서버를 주방의 보조로 취급하는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 서버는 가게 운영의 집행관이다. 가게는 사적 자치의 영역이며, 공간의 점유자인 사장은 법의 한도 내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규칙을 세우고 운영할 권리가 있다. 서버는 이러한 가게의 운영 방침을 고객에게 알리고 집행하는 최전선에 있다. 서버의 역량에 따라 이 규칙들은 제대로 적용되기도, 무력화되기도 한다. 가게의 정책을 고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무리 없이 집행하는 일은 매장 경영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더불어 희소성 있는 직무 능력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이에 능통한 서버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체감하건대 사장이나 매니저 또한 이 덕목을 갖춘 경우가 흔치 않다.
이 콘텐츠는 가족들과 식당에서 11년 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엮었다(나는 주로 홀 서빙과 매장 관리를 도맡았다). 항공사나 호텔 등 기업의 CS부서는 모두 조직 차원에서 작성한 사원, 부서 별 대처 매뉴얼이 존재한다. 반면 영세 외식업 분야에서는 체인과 개인 업장 모두 홀 서빙 노하우에 관한 참고자료가 부족해 개인적 경험에 의존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해서 서버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고객응대, 돌발상황 대처 능력, 생산성 향상 역량에 대한 그간의 경험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 했다. 주로 사장의 시각에서 이 글을 썼지만, 창업 준비 중인 예비 사장님, 직업 서버, 외식업 체인 본사에서 일해 보고 싶은 취업준비생들이 보면 좋을 매장 관리 노하우들도 함께 적었다.
동시에 감정노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존엄을 방어하는 대처법도 같이 다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손님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자 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하게 얘기한 것 같지만, 전부 11년 간 식당에서 구르며 깨진 이야기들이다(부끄러워 죽겠다). 아무쪼록 외식업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써 내려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식당에서 고된 일을 해내고 있을 나의 부모님과 직원들, 그리고 외식업 종사자들에게 내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