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직한 서빙의 자세

by 일로


Menu 22. 바람직한 서빙의 자세


쟁반 서빙에서 일차로 중요한 것은 평형 유지다. 평형이 맞아야 내용물이 흔들리지 않은 채 이동할 수 있다. 이게 되지 않으면 서빙 과정에서 그릇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 그릇과 쟁반의 마찰력이 적으면 대참사는 예정된 일이다.


평형 유지의 핵심은 팔의 각도다. 팔꿈치의 각도는 90도에서 95도 사이를 유지한다. 75~80cm 높이의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을 때는 팔의 각도를 최대한 유지한 채 몸을 낮춘다. 이때 허리만 숙이면 서빙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아진다. 무릎을 20도가량 굽히면 쟁반의 평형을 유지하는 동시에 피로도도 낮출 수 있다.


무게중심 역시 평형유지만큼 중요하다. 무게중심이 맞지 않으면 관성이 작용하거나 보행 시 진동에 취약해진다. 심하면 플레이팅이 흐트러질 수 있다. 국물요리라면 국물이 넘쳐서 쟁반을 더럽힐 수도 있다. 쟁반이 몸에 너무 붙어 있으면 걸을 때의 진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쟁반을 명치 기준으로 3~5cm 이격 시켜야 하는 이유다. 반대로 이 이상 이격시켜도 음식이 진동에 취약해진다. 더불어 팔꿈치나 어깨에 무리가 간다.

걸음은 뒤꿈치로, 발의 바깥 날을 이용하는 게 좋다. 마지막에는 엄지로 무게중심을 잡아주자. 국물요리를 내놓는 식당이라면 보행 시 진동을 통제하는 게 특히나 중요하다.


바람직한 서빙의 자세


급가속, 급정거는 절대 금지


서빙에서 제일 영향을 받는 물리법칙은 관성(慣性)이다. 쟁반을 들고 걸으면 그릇과 내부의 음식도 함께 운동 에너지를 받기 때문이다. 이때 갑자기 덜컥 멈추면 안에 있는 음식들이 전부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급하다고 잰걸음으로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출발할 때 세 걸음, 멈출 때 세 걸음은 절대 급하면 안 된다. 급가속과 급정거는 필연적으로 사고를 야기한다.


바쁘면 누구라도 변칙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걱정하지 말자. 숙달된 자는 결국 뭐든 해낸다.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자세에서 보행 속도까지 빨라진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원칙 위에서 쌓은 기술이 바쁠 때의 당신을 구원한다. 결국 반복이 제일 큰 스승이다. 서빙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직 반복숙달만이 당신을 보호한다.

keyword
이전 21화아는 척은 손님 봐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