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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여덟가지 수칙

by 일로


Menu 10.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7가지 수칙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서전에서 실수의 유형을 둘로 나누는 자기만의 기준에 대해 기술한 바 있다. 바로 기술적 실수와 정신적 실수다. 기술적 실수는 말 그대로 공을 서툴게 다뤘을 때를 말한다. 그는 이런 유형의 실수는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 정의한다. 더불어 이런 선수에게는 언제든 다시 만회할 기회를 준단다. 문제는 정신적 실수다. 정신적 실수는 나태함과 안일함이 초래한 결과다. 수비가담을 게을리 하거나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벌어진 실책 등이 그것이다. 그는 이런 유형의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단지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분야에서든 해도 괜찮은 실수와 용납 안 되는 실수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식당 일도 마찬가지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있다. 안전에 관한 것들이 그렇다. 계산이 틀려도, 메뉴를 누락시켜도 괜찮다. 골치가 아프지만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다. 하지만 동료와 손님을 다치게 하는 실수는 절대 안 된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는 서버에게 안전수칙을 제대로 교육하는 경우가 잘 없다. 당신도 손님도 모두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빙 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기본 원칙 여덟 가지를 정리했다. 이것만 잘 지켜도 매장에서 큰 사고가 생길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1. 미취학 아동이 있는 테이블을 지나갈 때는 약 1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절대 쟁반이 아이 쪽을 향해서는 안 된다. 쟁반은 최대한 아이의 반대 방향으로 두자. 즉, 아이에게 등을 보인 채로 움직이자.


2. 아이가 있는 테이블에 국물이 담긴 뜨거운 음식을 옮길 때에는 쟁반이 보호자에게 가까운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아이의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내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해선 안 되는 짓은 아이 머리 위로 접시가 오가는 것이다. 이렇게 서빙을 하는 자는 단언컨대 식당에서 일하면 안 된다. 자격미달이다.


3. 가족 단위 손님에게는 반드시 아이들을 벽 쪽으로 앉힐 수 있도록 안내하자. 통로 방향으로 아이를 앉히면 서버와 손님이 오가면서 아이가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통로에서는 뜨거운 음식이 수시로 오간다. 주의력이 부족한 손님이 자기도 모르게 아이 머리를 치고 지나갈 수도 있다. 어떤 일이든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과 여지를 아예 남기지 않는 게 좋다. 정중하게 말씀드리면 손님들도 다 이해한다.


4. 미취학 아동들은 대개 산만하다. 10분만 앉아도 좀이 쑤실 나이다. 아이들이 일단 매장에 들어왔다면 항상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그 사실 만으로도 매우 위험하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 설치한 파티션 아래에서 튀어나올 수도 있고, 그 외 예상치 못한 빈 공간에서 당신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어느 공간에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그곳에서 언제든 작은 인간이 튀어나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식당 통로에서 뛰어다닐 때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손님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곳이라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말하자. 적어도 식사가 나오기 전에는 반드시 위험함을 알려 줘야 한다. 자식의 안전이 걸린 일이라 인식하면 거의 모든 부모들이 받아들인다. 가장 좋은 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식당 예절을 알려 주는 것이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모처럼 외식인데 마음 편히 식사를 즐기고 싶지 않겠는가. 이제 숫자나 겨우 세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얌전히 있어야 하는 이유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겠는가. 하지만 이게 아이들의 안전을 도외시할 핑계가 될 순 없다.


5. 쟁반을 든 채 누군가의 뒤에 있다면 “저 뒤에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손님이든 동료 서버든 누군가의 등 뒤에 있다면 무조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사실 그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쟁반을 든 채 앞선 사람과 최소 1미터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다(그럴 상황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반드시 자신이 뒤에 있음을 앞사람에게 알려줘야 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뒤돌아서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손님이라면 계산을 깜빡했을 수도 있고, 스카프를 놓고 갈 뻔했을 수도 있다. 만약 앞에 있는 이가 동료 서버라면 뒤로 돌아설 이유는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빈 그릇을 옮기다 사고가 벌어지면 차라리 다행이다.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든 상태에서 위와 같은 부주의로 사고가 나면 높은 확률로 크게 다친다. 나도 팔뚝 한 짝이 다 익어봐서 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손님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매장에서 다치는 일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이런 유형의 실수는 돌이킬 수도 만회할 수도 없다.


6. 음식을 든 채 손님 곁으로 접근할 때에는 반드시 자신이 테이블에 도착했음을 알려야 한다. 대화할 때 제스처가 큰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게 아니라도 갑자기 좀이 쑤셔서 기지개를 켜고 싶을 수도 있다. 서버가 바로 뒤에 있다는 걸 잊을 만큼. 누구나 자유로운 상태에서는 집중력이 흐려질 수 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서버인 우리가 일차적으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테이블과의 거리가 1~2미터 남았을 때 손님이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왔음을 알 수 있게 하자. “실례하겠습니다”도 좋고 “말씀하신 메뉴 나왔습니다”라고 해도 좋다. 무엇보다 통로가 좁은 매장이라면 손님의 손이 언제든 쟁반이나 그릇을 건드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서빙 시 기본자세가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몸에 밴 자세가 모두를 살린다.


7. 테이블을 치울 때에는 반드시 바닥을 확인해야 한다. 눈에 띄는 것만 치운다고 다가 아니다. 만약 바닥에 닦아내지 않은 음료수나 액체류가 있다면 누군가가 넘어질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상사고를 당하면 근육은 물론이고 뼈와 관절에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머리부터 넘어졌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역시 내가 넘어져봐서 안다. 공중에 붕 뜬 채로 자빠졌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은 것을 천지신명께 감사드린다. 머리가 먼저 떨어졌으면 아마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8. 이 모든 수칙들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집중”이다. 어떤 육체노동이든 집중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고들이 생긴다. 서빙도 똑같다. 흔히 말하는 ‘멍 때리기’는 특히 치명적이다. 다른 생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아귀의 힘이 약해진다. 결국 약한 충격에도 물건을 놓치지 쉽다.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서버에게 체력은 중요한 덕목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레의 바둑 스승님의 명언,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체력이야말로 당신이 일터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돕는다. 잘 단련된 몸이야말로 당신의 가장 믿음직한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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