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은 사장의 센스와 균형감각을 시험받는 1차 관문이다. 매장 내 테이블의 개수는 너무 많아서도, 적어서도 안 된다.수용인원을 키우고자 매장을 테이블로 가득 채우면 손님들이 식사할 때 불편하다. 테이블 수가 너무 적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매장 대기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테이블의 개수 만큼이나 재질과 디자인도 중요하다. 식사 시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과 재질이어야 한다. 더구나 테이블과 의자는 몸에 닿는 가구들이다. 사용 시 불쾌함과 불편함을 느끼면 자칫 가게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이 강하게 남을 수 있다.
테이블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단연 사이즈다. 아무리 못해도 키 175cm, 몸무게 70kg가량의 남성 둘이 나란히 앉아도 될 정도는 돼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부족한 너비를 보충할 있게 가변석을 따로 마련하자. 손님이 모서리에서 식사하게끔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가변석을 마련하면 4인 이상 손님들이 왔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손님이 1인당 1 메뉴만 주문하지는 않는다. 2인 3 메뉴를 주문하는 일행들 역시 적지 않다. 테이블이 좁아서 메뉴 선택에 지장을 받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주문 개수에도 영향을 준다. 메뉴를 3~4개 이상 주문해도 물컵이나 물병, 앞접시가 올라갈 정도는 돼야 한다. 그릇과 플레이팅에 신경 쓰면서 테이블의 편의성을 경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히 메뉴 특성상 그릇의 크기가 큰 돈가스, 피자, 파스타 전문점들은 서버와 손님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폭이 넉넉한 테이블을 둬야 한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테이블의 재질이다. 목재부터 대리석, 철판,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가장 무난한 것은 목재다. 너무 경박해 보이지도, 지나치게 사치스럽지도 않게 가게 환경에 잘 녹아든다. 다만 원목 재질은 식당에 적합하지 않다. 갈라지거나 뒤틀리기 쉽다. 내구성도 썩 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목재 합판에 무독성 멜라민 수지로 마감한 테이블을 선호한다. 강도도 좋고 열에도 강하며 잘 뒤틀리지 않는다. 청소하기도 쉽고 오랜 시간 변색되지 않는다. 멜라닌 마감 방식은 크게 LPM과 HPM으로 나뉜다. LPM은 멜라민 수지에 쓰이는 유약의 종류가 하나라 두께가 얇고 비용이 저렴하다. HPM은 모양지, 응력지, 심재지 등을 여러 층으로 쌓아 압축해 LPM보다 더 두껍고 강하다. 대신 가격이 좀 더 비싸다. 우리는 HPM수지의 테이블을 쓴다.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어도 오래도록 쓸 수 있어 부담이 적다. 테이블도 소모품이라 교체 주기가 잦으면 골치 아프다.
가장 피해야 할 제품은 니스로 마감한 목재 테이블이다. 특히 중화요리 전문점처럼 기름을 많이 쓰는 가게일수록 피해야 한다. 니스가 기름 분진과 결합되면서 테이블이 끈적끈적해진다. 이렇게 결착된 기름 찌꺼기들은 위생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완전히 제거하기도 어렵다. 테이블에 팔을 올릴 때마다 피부가 찐득찐득하게 달라붙는 느낌은 상상만 해도 최악이다.
그다음 고려해야 할 것은 테이블 다리다. 현재 매장에서 쓰고 있는 건 다리가 하나인 일체형이다. 일체형의 최대 단점은 균형이다. 쓰다 보면 점차 수평이 흐트러진다. 일체형 테이블 대부분은 밑에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볼트로 된 받침이 있는데, 이를 옮기거나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사가 빠지거나 수평이 흐트러진다. 끝내 수평을 맞추지 못하는 테이블도 생긴다. 불편함을 느낀 손님들이 빈 틈 사이에 휴지를 끼워 넣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죄송해 죽겠다. 여유가 있으면 다리 네 개짜리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당신의 매장이 와인 바나 파인다이닝을 표방한다면 우리 가게처럼 테이블 밑에 박스 조각을 끼워 넣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테이블은 서빙에도 큰 영향을 준다. 수평이 맞지 않는 테이블에 음식을 놓는다고 생각해 보자. 헌데 그 테이블의 마감재가 마찰력이 전혀 없다면? 테이블에 여유 공간이 없어서 반찬그릇과 물통을 손에 들고 갈팡질팡하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면? 그만큼 손님들의 불편함은 물론 서버의 업무 부담 역시 커질 것이다. 안전사고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손님은 식사시간 내내 테이블과 같이한다. 테이블이 불편하면 식사시간 전체가 불편해진다. 테이블은 곧 서비스의 토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