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는 조정자다. 서빙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딜레마를 슬기롭게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조리시간 편차다. 두 명이 한 테이블에서 음식 2인분을 주문한다고 가정하자. 모두 같은 메뉴를 시킨다면 별 일 아니다. 하지만 모두 다른 메뉴를 주문했을 때는 어떨까?
이를테면 우리 가게를 기준으로 우동은 조리시간이 3분 이내다. 반면 치즈돈가스는 최소 10분이다. 두 메뉴의 시차는 7분이다. 참고로 나는 우동 하나를 5분 안에 다 먹는다. 내가 우동 하나를 다 먹을 즈음 일행이 시킨 치즈돈가스가 나온다 생각해 보자. 경험 많은 주방이라면 치즈돈가스를 튀김기계에 먼저 넣고 7분을 기다린 뒤 우동을 만들 것이다. 바쁘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가게의 진짜 역량은 바쁠 때 나오는 법이다. 서버는 이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줄 알아야 한다.
만약 바쁜 시간에 메뉴가 두 개 이상 적체돼 있다면 상태가 빨리 변하는 메뉴부터 우선 나가는 게 좋다. 판 메밀국수, 경양식 돈가스처럼 면류와 소스가 부어진 튀김류를 우선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식당에서 상태가 변한 음식을 내놓는 건 계약사항 위반이다. 손님은 불어터진 음식을 먹으려고 이 돈을 지불한 게 아니다.
둘째, 바쁠 때는 음식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여유가 없는 건 손님도 마찬가지다. 특히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 10분은 매우 소중하다. 그들에게 주어진 약 한 시간의 점심시간은 생각보다 촉박하며, 그럼에도 당신 가게의 메뉴가 먹고 싶어 찾아 온 사람들이다. 만일 주문이 대거 밀린다면 그들의 업무 복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평일 점심시간에는 단 한 건의 실수도 치명적이다. 이럴수록 위와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주문이 적체됐을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물론 원칙에는 늘 예외가 있는 법이다. 위 원칙을 지키다 보면 두 가지 모순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1. 일행 중 한 사람의 음식만 먼저 나왔을 때
2. 나중에 주문한 테이블의 음식이 먼저 나올 때
1의 경우 예를 든 것처럼 7분 이상의 시차가 나는 음식을 주문했다면 사전에 미리 알려주는 게 순서다. “두 메뉴 조리시간이 5분 이상 차이 나서 한 분은 조금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아니면 우동을 조금 늦게 만드는 식으로 동시에 맞춰 드릴까요?”라고 미리 물어보는 게 제일 좋다. 대개의 경우 손님들은 단순한 불편함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가 터지는 걸 더 싫어한다.
만약 나오는 대로 식사를 받길 원한다면 손님의 친소관계를 빠르게 파악한 뒤 접시나 젓가락을 먼저 가져다주자. 만약 그렇게까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면, 양해를 구한 뒤 다음 서빙을 이어가자. 2의 경우라면 손님이 막연하게 기다리지 않게 정확한 시간을 말해 주자.
그다음 “조리시간이 빠른 메뉴라 뒷 테이블 식사가 먼저 나왔습니다. 2분 정도 걸립니다. 최대한 빨리 내 드리겠습니다.”라고 얘기해야 손님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미 불만이 생긴 손님에게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낭비된 시간에 맞는 보상을 하는 게 상책이다. 점심시간은 특히 그렇다. 우리는 쿠폰을 두어 개 더 찍어드리거나 음료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하는 입장에서 가끔은 야속하다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냉정히 말해 손님이 서버의 처지를 굳이 이해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서버로서 처한 난관은 서버 스스로 풀어가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너무 명쾌하지만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동시에 그것이야말로 모든 장사의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나 그게 동네 장사라면 말이다. 당장 매출은 적어도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가게는 오래간다. 반대로 당장 매출액이 커도 손님에게 도리를 다 하지 않으면 그 동네에서 오래가기 힘들다.
당연한 얘기라 진부하다고? 원래 당연한 게 제일 어렵다. 일찍 자고 일어나 하루에 식후 세 번 3분 양치하고, 술 담배 멀리하며, 주 3회 이상 운동하고, 한 달에 한 권씩 책 읽는 분? 계시면 손 한번 들어 보시라. 무슨 일을 하든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잘해야 한다. 서빙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