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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Nov 05. 2015

아니, 후회하지 않아.

왜 가는 거야?

모스짓(이슬람사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동네 꼬마친구들 ⓒ 이혜령

prologue 후회하지 않니?

2년의 방글라데시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내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솔직히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었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아니, 알 것 같기도 했다. 내 나이는 부지런히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고, 미래는 불확실해 보였다. 이상적인 꿈을 꾸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성공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을 것이다.



방글라데시.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본 것 같지만,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생김새를 한 사람이 그곳에 살고 있는지, 또 무엇을 먹고 사는지, 방글라데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방글라데시로 떠나기 전에는 2년 동안 살게 될 이 나라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라는 것 이외에는 방글라데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방글라데시에 대한 첫인상은 숨이 턱 하고 막힐 것 같은 습도 99%의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이와 함께 우릴 맞아준 끊임없는 경적 소리와 같은 엄청난 소음이었고, 다른 것을 느낄 여유 따윈 가지질 못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나라를 이렇게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될지....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곳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세계 제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종목들이 많다. 인구 밀도 세계 1위, 높은 부패지수, 세계 최악의 도시라는 오명을 얻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혼란스러운 도로, 신호위반과 무단횡단, 역주행이 난무하는 교통지옥, 차 사이사이로 위태위태하게 돈과 먹을 것을 구걸하기 위해 도로로 나온 아이들, 끔찍한 매연과 쓰레기가 넘쳐나는 하수구의 지독한 냄새, 길거리의 쓰레기,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로 순식간에 오물과 물에 잠겨버린 도로, 외국인에게 쏟아지는 노골적인 시선들, 정치적 불안으로 반복되는 *하딸(동맹파업)과 폭력시위. 인구의 30%가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아시아 최빈곤 국가’라는 오명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나라, 이곳이 내가 2년 동안 생활한 곳, 방글라데시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느냐'는 질문을 간혹 받곤 한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살아지더라. 그리고 즐겁기까지 하더라.’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즐거웠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서 오는 즐거움과 보람에 있었다. 명품 옷을 입고서는 내가 괜히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과는 다르다. 많은 곳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전혀 다른 사람 속에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행복만족도 1위. 어쩌면 2년간의 생활은 행복만족도 1위 그 이유 찾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서투른 글솜씨지만, 그들이 행복한 이유 찾기에 대한 우리의 짧지만 긴 여정을 소개하려 한다.


* 하탈 (Hartal, 인도나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권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동맹휴업, 파업, 시위 등을 지칭하는 말)



왜? 왜 가는 거야?

2009년 겨울의 문턱,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해외 자원봉사를 가겠다는 생각은 하루아침에 결심하고 떠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생각해왔고 준비를 해왔다. 그래도 일을  그만두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멈춤'이라는 말은 많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어떤 사람은 충전과 휴식을 떠오르겠지만, 어떤 사람에겐 그런 의미보다는 좌절이나 포기, 낙오가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멈춤’이라는 말은 어쩌면 뒤처짐이라는 말일 수도 있기에 그동안 수십 번 고민하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맞는 지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했다.


사막을 건너다

수없이 고민했지만 결정은 쉽지가 않았다. 오랜 시간 생각해오고 준비해왔던 해외봉사활동. 수없이 고민하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이것이 정말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고 아직은 내가 너무 부족해 보여 자신이 없어 포기를 했다. 두 차례 휴학을 하고 늦은 졸업을 하던 해, 떠날 기회가 생겼지만 집에 일이 겹쳐 결국 포기를 했다.


그러던 중 중국 고비사막에서 6박 7일간 열리는 사막레이스의 자원봉사자에 지원해 고비사막에서 첫 해외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생각해오던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내가 얼마나 이러한 삶을 즐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언어와 낯선 문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나는 그들을 웃게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게 부족했던 것은 바로 용기였다.

사막에서 동거 동락하며 함께 움직인 봉사팀 ⓒ이혜령

그리고 3년 후, 나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지금이 아니라면 다음은 없을 것 같았다. 어쭙잖은 해외 생활 경험 탓에 역마살이 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물었다.


'다소 느리게 가더라도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게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다시 내게 물었다. 낙오된다는 불안감은 잠시 내려두고 오랜 기다림 끝에 조금 느리게 가기를 선택했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다시 1년 후, 나는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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