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처음부터 로힝가 난민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 때 방글라데시 정부는 밀려드는 로힝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전부 미얀마로 돌려보내는 강경책을 펼치기도 했다.
2012년 미얀마에서는 로힝가 부족을 대상으로 한 인종청소가 있었고, 수만 명의 로힝가 난민이 한꺼번에 방글라데시로 탈출해왔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는 20만 명이 넘는 로힝가 난민이 이미 난민캠프에 자리 잡고 있었다. 2012년 유혈사태 이전 방글라데시에 체류하고 있던 로힝가 난민 역시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난민기구의 지원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공식으로 난민 등록이 안 된 이들은 난민캠프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난민캠프가 형성된 근처 지역에서 구걸이나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로힝가 난민에 대한 인식이 좋았을 리 없었다. 더욱이나 방글라데시는 외국 원조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최빈곤 중 하나로 방글라데시 사람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역시 현실적으로도 점점 늘어나는 이 난민들을 계속 받아들인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2017년 8월부터 시작된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가 반군 토벌작전이 인종청소로 변질되어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가족이 다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들어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현재까지 보인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로힝가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전과는 너무도 달랐다.
사비를 털어 난민들의 식량 사서 나누고, 난민캠프를 찾아 일을 도왔고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종교지도자, 학생들과 예술가, 사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무슬림의 자카트(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경제력이 있는 성인 무슬림이 행하는 기부) 의무를 실천하자며 동참을 촉구했다. 물론 방글라데시의 불교도, 힌두교인, 개신교인들도 이 흐름에 함께 했다. 도움의 손길이 여기저기 앞다투어 일어났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는 로힝가 난민의 수는 90만 명. 하나의 도시를 이룰 만큼 엄청난 수다.
길어야 5년, 방글라데시를 변하게 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그 사이 방글라데시는 IS 테러 등 안보를 위협받는 엄청난 일을 겪기도 했다. (난민에 의해 자행된 테러는 아니었다.) 그런 일을 겪었다면 오히려 더 반 난민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었다. 답은 모르겠다. 물론 방글라데시 내부에서도 여전히 반 난민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민들이 반인권적인 환경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글라데시 정부 또한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합의했을 뿐 미얀마의 상황이 좋아진다면 다시 돌려보낸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실, 이게 맞다. 현재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70만 명의 로힝가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미얀마 정부와 유엔 간의 기초적인 합의가 이뤄졌고, 로힝가 난민 본격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물론 방글라데시 사람들과 로힝가 난민은 종교도 같고, 외형상으로도 크게 이질적이지 않으니 우리의 상황과는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시켜보며 생각이 많아지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카본 프리'도 아니고 무슨 '이슬람 청정국가'를 말하고, 여전히 '단일민족' 외치는 사람들과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민들을 돕는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혐오를 하지 말자고 하니 혐오의 대상이 된다. 단지 잘못된 정보를 경계하고 혐오하지 말자고 했을 뿐인데.....
'가짜 난민'으로 인한 안전문제로 충분히 염려될 사항이긴 하지만, 그 부분은 철저한 난민심사 시스템을 요구하여 가려내야 할 문제다.
'일 나면 책임 질 거냐?' 맞다. 선의로 한 일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를 경계하자는 외침과 안전 문제 애매하게 섞지 좀 말자. 싸우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무역 의존도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외치지 않더라도 우린 위기가 아니라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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