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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Jul 03. 2018

혐오가 아니라고?

본격적으로 예멘 난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5월 초였다. 하지만 제주도는 쉬쉬하다 뒤늦게 언론화되자 6월 1일이 되어서야 무사증 입국 국가에서 예멘을 방문국에서 제외시켰다. 물론 유례에 없던 상황이라 매뉴얼이 부재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초기대응 실패가 상황을 악화하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데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기 전 난민의 어려움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건넨 건 개개인이었다. (뒤늦게 나서기는 했지만) 도나 NGO가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개개인이 움직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맞다. 눈 앞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건 맞으나, 온정주의만으론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을 주는 방법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에는 난민과 이슬람에 대한 전문가가 부재한 상황이므로,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적인 도움의 방법이나 대안에 대해 논의되기도 전에 난민들을 돕는 사람들이 브로커다 등 잘못된 정보로 인해 공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와 함께 '아랍 인종청소를 해야 한다', '무슬림은 미개하다' 등 인종차별적인 거친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이런 발언만이 문제가 아니다. 난민 관련 기사를 쓴 기자에게 난민 옹호적인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항의 전화를 돌려 일을 못하게 하자'라고 하고 후원하던 단체에 전화를 걸어 '난민을 지원하면 후원을 끊겠다'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 정도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잘못된 정보 경계하자는 외침엔 ‘당해봐야 저 말이 들어간다’ 등 악담과 욕설이 달린다. '칼침 맞아 죽어라'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난민을 돕고 보호하고 도민들에게까지 혐오발언을 넘어 신상을 위협하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이것이 혐오가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유럽의 범죄 발생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반 난민적인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반 난민적인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 또한 맞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돌아온 난민 500여 명을 강제 소환해버린다면,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난민을 어찌어찌 도와야 한다거나 어찌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건 여전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 그러한 염려를 덮자는 게 아니다. 밑도 끝도 없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운운하며 난민 이슈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답답하다. 난민들의 인권과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 문제도 너무도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가짜 난민'으로 인한 안전 문제로 충분히 염려될 사항이다. 그 부분은 철저한 난민심사 시스템을 요구하여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 가짜 뉴스를 경계하자는 외침과 안전 문제가 애매하데 섞여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다양한 소리가 나오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별개로 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시킴은 물론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물론 우리들만 그들을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다. 난민들도 얼마가 되었든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유례가 없던 이 상황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공개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건 환영할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래서 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혼자 점잖빼고 있다’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의 목소리만 옳다고 할 수 없다. 내 말을 들어달라고 외치기 잔에 나의 목소리를 줄이고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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