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PLS 이혜령 Jun 25. 2018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오늘은 6.25 전쟁이 발발한 지 6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전쟁이 발발한 날인 6월 25일을 그대로 이름에 붙여 ‘6.25(사변, 동란)’이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불리며, 외국에서는 6.25를 ‘한국전쟁’ 혹은 ‘잊힌 전쟁’ 등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고 합니다.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는 건 아직 6.25에 대한 성격이나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6.25에 대해 배우며 자라왔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전쟁’과 ‘기아’ 등은 우리에게 낯선 정서입니다. 우리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성장을 이뤄냈고 전쟁을 극복해,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68전, 우리 땅 곳곳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전쟁의 흔적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저희 집 근처에도 집 대문에 ‘6.25 참전 용사의 집’이라는 팻말을 붙여놓은 집이 있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전쟁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도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  척하거나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꾸준히 6.25를 잊지 않고 알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후손인 우리에게 남겨진 의무이자 권리가 아닐까요?

모진 전쟁의 난리 속에서도 휴머니즘을 버리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온 한 인물을 중심으로 6.25를 그린 책입니다. 다시금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일독 권합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거룩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야밤에 마을에 침입해 식량과 가축을 빼앗고, 밥술이나 먹는 사람은 반동분자라고 죽여버리고, 돌아올 때에는 인민들이 애써 지은 학교나 관공서를 불태워버리는 게 무슨 구국투쟁이요, 해방투쟁입니까? 자수하려고 도망쳤다 잡히거나 저처럼 이탈한 자는 돌로 쳐 죽이지 않으면 죽창으로 피 곤죽을 만들어버리는데 차마 못 보겠더구먼요.” (p.151)
 
“자수해봤자 친일파 악질 경찰 출신들에게 고문당하고 감옥살이할 게 뻔한데 어떻게 그리합니까? 저는 인민군도 싫고 국방군도 싫습니다. 모든 게 전쟁 때문이려니 생각하고 종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어느 쪽이 이기든 상관 안 하렵니다. 무사히 살아남으면 고향에 돌아가 농사나 지을 겁니다.” (p.152)

“우리 민족이 강대하였더라면 일본의 식민지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남북으로 양단되는 서러움도 없었을 것입니다. 국토가 두 동강이로 나누어진 이 약소민족의 처지가 저로 하여금 법정에 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p.215)
 
전쟁의 주모자 그 누구도 이들에게 전쟁을 하겠느냐는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고 사전에 고지를 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결정이 곧 인민의 뜻이라고 합리화해버렸기 때문이다. 전쟁을 원한 적도 없이 강제로 동원된 그들은 대의명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다가 죽거나 포로가 된다. (p.325)

-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 창비, 20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