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없어 결혼식을 참석하지 못하니 친구가 신혼여행지로 내가 있는 곳으로 가면 어떨까 싶다며 내 의견을 물었다. '진심일까? 계속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말려야겠지...?' 사교성 좋고 불평불만 없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친구지만 한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 친구가 첫 여행으로, 그것도 신혼여행지를 방글라데시를 가겠다고 외친 것이다. 내가 결혼식에 참석을 못하니 그냥 하는 말이겠지 싶으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는 친구라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내가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는 내가 있는 곳이 바로 한동안 인터넷에서 '연인끼리 떠나면 원수가 되어 돌아오는 여행지 1위'로 뽑힌 방글라데시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수도 다카는 세계 최악의 15대 도시에 뽑힌 적도 있다. 안정성, 보건, 문화 및 환경, 교육, 인프라 등 5개의 지표를 평가하여 발표된 조사였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 알 수 없는 냄새와 더불어 짓누르는 듯한 후텁지근한 날씨가 바로 친구를 후회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 단계를 잘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공항에서 차를 타고 숙소를 이동하는 내내 셀 수 없이 정승 사자와 만날 기회를 갖게 된다.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것 같은 수많은 탈것들이 끊임없이 경적소리와 매연을 내뿜으며 곡예운전을 하는데 어디선가 사람들이 자꾸만 나타나 달리는 차 사이사이를 아슬하게 비켜가며 무단횡단을 한다.
물에는 비소나 불순물이 많아 수돗물 사용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호텔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양치질은 생수로 해야 한다. 잠깐인데 괜찮겠지, 귀찮다고 생각한다면 현지인의 치아상태를 본다면 왜 수돗물로 양치를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북적여서 여유 따윈 느낄 수 있는 틈이 없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특별한 관심이 쏟아진다. 끊임없는 경적소리와 엄청난 소음, 끔찍한 매연과 쓰레기가 넘쳐나는 하수구의 지독한 냄새, 길거리의 쓰레기, 숨이 턱 하고 막힐 듯한 무더위,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는 도시를 금세 잠기게 만들어 전혀 반갑지가 않다. 노상방변이 일상이라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하수구는 금세 막혀버리고 도로는 똥물로 잠겨버리고 만다.
열악한 사회 인프라와 환경만으로도 버거운데, 정치도 말썽이다. 정치적 불안으로 하딸(연대파업, Hartal 탄탄한 버스의 유리창의 참혹한 흔적을 보면 하딸이 얼마나 살벌하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이 반복되는데, 잘못하면 방글라데시에 있는 내내 숙소에만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설명을 더 해야 할까?
이유 없이 피곤하고 아프고... 짜증 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곳. 행복지수 1위의 나라라는 그럴싸한 타이틀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을 감싸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니, 내가 미쳐가나 보다. 이곳이 싫지만은 않다. 이곳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곳의 더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다. 사실 모르겠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분명한 건 오래 두고 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 곳이라는 거다.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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