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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Sep 01. 2016

다중이들을 깨워준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

릭샤왈라, 가게와 시장의 아저씨들, 짜도깐 아저씨, 그냥 오지라퍼 아저씨들.... (방글라데시는 문화적 특성상 여성들이 사회진출이 높은 편이 아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아이들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바로 일하는 아저씨들이다.


거친 손과 깊게 팬 주름, 누렇다 못해 시커멓게 변해버린 치아, 무뚝뚝한 표정. 매일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이들과는 거리를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릭샤왈라, 출근한 사이 몰래 우리 집을 방문하셨던 손님(커다랗고 시커먼 발자국 온 집안에 남겨놓고 가셨다), 노골적인 시선과 성추행을 시도하던 변태아저씨들, 멀쩡하게 걸어가던 나를 박고 유유히 도망가려던 뺑소니 아저씨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들과 싸웠던 것 같다. 나의 일상은 매일 전쟁이었다. 외국인이라서, 여자라서 받는 이 불합리함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나는 점점 쌈닭이 되어갔다. 덕분에 나는 현지어는 물론이고 싸움의 기술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물론 낯선 문화와 서툰 현지어 때문에 불러온 오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뒷목 잡히는 다사다난했던 방글라데시 생활이었지만 이들과 나쁜 기억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바다가 되어버린 도로에서 내 발이 되어 준 릭샤왈라 아저씨, 나를 위해 무를 잔뜩 사재기(?)해 두고 'only for you(오직 너만을 위한 거야)’라고 고백하던 야채가게 아저씨, 이런 것은 꼭 찍어야 한다며 코치해주던 동네마다 꼭 있던 오지랖 아저씨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려 원수 같고 때론 가족 같은 이 아저씨들이 많이 생각난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다. 원래 추억이라는 건 아름다운 법이니까. 하지만 이런 향수에 젖어있다가도 다시 방글라데시를 찾게 된다면 가장 먼저 현실감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이 사람들이라 감상은 추억 속에서만!


나와라! 나의 다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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