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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설거지할 때 세제라도 쓰지 않아보려고 밀가루를 한 봉지 샀다. 물과 식초를 비율에 맞춰 섞어서 세제 대신 쓰면 된다는 살림 팁을 어디선가 배웠더랬다. 앞으로 설거지 세제를 절대 쓰지 않을 거라고 호기롭게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유통기한마저 지난 밀가루 반 봉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싱크대와 그릇들이 마르고 나면 하얗게 남는 밀가루 자국에 백기를 든 것이다.
오늘 환경과 관련된 다큐를 한 편 봤더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면서) 마음이 무겁다. 해치고 망치는 건 어쩜 이렇게 쉽고, 지키고 더 나아지는 건 어쩜 이리 어려울까. 아니, 환경을 망칠 수 있는 일에는 전력을 다하면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왜 이리 적당히 하며 사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밀가루를 써보자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내 평생, 할 수 있는 만큼만 '적당히'해서 된 일이 있었던가를 생각하면... 이 문장의 끝을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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