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나를 기념하는 기념품

135/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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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 떨어져 나가고, 고무가 삭기 시작했는데도 차마 버리지 못했던 이 텀블러. 보기에는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어느 커피 체인의 텀블러이지만 8년 전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경험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기념품이었기에 지금껏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쯤의 나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자신감이 넘쳤다. 겁이 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도전해봤다. 즐겁게 살았고, 무엇보다 나이가 어렸다. 내가 가장 청춘스럽게(?) 살았던 때라고나 할까. 내게 그런 때가 있었다는 걸,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이 텀블러를 보고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북돋우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때의 나를 떠올리는 것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할수록 지금의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낡아서 쓰지 못하는 텀블러는 그렇게 찬장에서도, 마음에서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이제 버리자, 이제는 버리자 했지만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솔직히, 버리기 전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으로 드로잉 한 건데,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젠가 이 텀블러를 보며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그때 참 좋았지'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오려면 빨리 와야 할 텐데. 고무 밴드가 다 삭아서 볼썽사나워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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