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깎이

22/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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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로 꾹꾹 눌러가며 색칠하는 게 좋았을 때는 손으로 뭉뚱하게 색연필을 깎아 쓰곤 했다. 그러다 색연필을 뾰족하게 깎아두는 게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다는 걸 깨닫게 된 후로는 샤프너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는 순전히 예뻐서 샀다. (어떤 걸 말하는지는 쓰지 않아도 아실 듯) 볼 때마다 너무 귀여운데 실수로 넘어뜨리거나 떨어뜨리면 절로 욕이 나온다. 방바닥을 몇 번이나 난장판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색연필을 깎기 위해 레버를 돌리면 색연필이 없어질 듯 줄어들어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모든 걸 용서하게 된다.

하나는, 마트에서 계산하기 직전 껌이나 초콜릿을 쓱 집어 들 듯, 화방에서 다른 걸 사다가 충동구매했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는 파버카스텔 색연필을 써서 이 샤프너를 몇 번 썼었는데, 프리즈마 색연필로 바꾼 다음부터 왠지 이 샤프너를 쓰면 색연필 심이 잘 부러지는 것 같아 요즘은 잘 안 쓰고 있다. 절대 샤프너 브랜드를 맞춰 써야 한다는 강박이나 새 샤프너를 사기 위한 핑계가 아니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마지막 하나는 최근에 샀다. 프리즈마 색연필을 프리즈마 샤프너에 깎으면 뭐가 다른가 싶어 샀다. (다시 한번. 절대 강박이 아니다.) 뚜껑을 열면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한쪽은 색연필 전체가, 한쪽은 심만 뾰족하게 깎인다. 파버카스텔 샤프너로 깎는 것보다 미묘하게 짧게 깎여서 색연필을 조금이나마 아끼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샤프너 사는데 또 돈을 쓴 것에 대해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하여 뇌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되었건만, '전동 샤프너'를 못 써본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나도 양심이 있지. 사지 않았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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