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와 배꼽

23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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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토마토였다. 잘 챙겨 먹어야지 싶어 토마토를 사긴 샀는데, 집에 온 순간부터 먹기가 싫어진 것이다. 몇 날 며칠을 손도 안 대다가, 이러다 버리겠다 싶어서 토마토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찾아봤다. '카프레제'라는 이름은 어렵지만 만들기는 너무 쉬워 보이는 샐러드가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그런데 카프레제를 만들려면 생 모짜렐라 치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생 모짜렐라 치즈를 사러 마트에 갔다. 아니 근데, 주먹만 한 게 만 원이 넘는데 차마 장바구니에 담지를 못하겠는 거다. 고민고민 하다가 바로 옆에 3분의 1 정도 가격인 리코타 치즈를 집어 들었다. 집에 통밀 식빵도 있고, 발사믹 소스도 있으니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해 먹으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이 빠른 임기응변에 스스로 기특해하며 계산대로 가려는데, 수입품 코너에 발목이 잡혔다.

나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올리브 많이 주세요'가 고정 대사일 만큼 블랙 올리브를 좋아하는데, 어라? 한 통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것이다.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너무 '충동구매'처럼 보이지 않도록(?) 1분 정도 고민을 하다가 '에라이'하며 집어 들었다. 올리브도 총총 썰어 넣어서 제대로 해 먹어 보기로 한 것이다.

파티라도 할 것처럼 한 볼 가득 샐러드를 만들었다. 앗, 그런데 올리브를 10알 정도만 썰어 넣었는데도 이건 누가 봐도 '올리브 마니아의 샐러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병 안에는 10알씩 매일 먹어도 일주일을 넘길 수 있을 만큼 많은 올리브가 있었다. 병 밖에는 뚜껑을 오픈하고 2주 안에 다 먹으라고 적혀 있었다.

남은 올리브를 먹기 위해 다시 리코타 치즈를 사고, 토마토를 사고, 샐러드 채소를 사고, 발사믹 드레싱을 사고, 통밀 식빵을 사고, 다시 리코타 치즈를 샀다. 그때 생 모짜렐라 치즈를 샀더라면 나의 2주는 달라졌을까. 부질없는 후회가 올리브 과다 섭취 부작용이라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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