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와 족집게

2/365 days of drawing

by 나다라





Scan 230.jpeg





그리 영양 챙기면서 사는 편도 아닌데 털은 꼬박꼬박 잘도 자란다.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일 때, 책을 읽긴 읽었는데 뭘 읽었는지 뭘 느꼈는지 머리 속에서 증발해버리고 없을 때, 지난 추억들은 점점 가물가물해지고 새로운 추억은 쌓아본 지 오래되어갈 때. 앞뒤 위아래로 꽉 막혀 옴짝달싹 못한 채 그냥 '살아졌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몇 날 며칠을 보내었더라도 털은 자라 있었다.

얄미운 것들. 귀찮아서 짜증이 난 게 아니었다. 니들은 뭔데, 어떤 상황에서도, 정체되는 것도 없이, 잘 자라냐 하는 유치한 투정이었다. 내 인생도 매일매일 털 자라는 만큼 나아져 가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더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매일매일 털 자라는 만큼 통장에 돈이 쌓이면 얼마나 좋을까. 에이, 부질없는 상상. 설거지나 하러 가야지.





http://www.instagram.com/daralogu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