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365 days of drawing
이 책을 그린 이유는 순전히 '제목'을 빌려오기 위해서이다. '뭐라도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내 평생 요즘처럼 이런 문장을 많이 되뇌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뭐'자리에 늘 뭔가가 있었다. '되겠지' 보다는 '되겠다'에 느낌표 정도는 찍어줬던 것 같다. '되겠다'가 너무 벅찬 순간이 오면 '될 수 있을 거야'로 희망을 불어넣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어떻게든'으로 시작한 문장은 '해내겠다'나 '하고야 말 것이다' 등등 패기 넘치는 서술어로 끝냈다. 이제는 '뭐' 자리에 뭐가 없다. '될' 힘도 '할' 힘도 없다.
'뭐라도 되겠지'. 이 책이 갓 출간되었을 땐 제목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때까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긴장을 풀고 초연해질 수 있는 주문을 배운 것만 같았다. 약간 개구진 톤으로 외면 (다른 책의 표지 카피이긴 하다만)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힘을 빼고 경쾌해질 수 있는 그런 주문. 그런데 지금은 한숨과 함께 씁쓸한 톤으로 자꾸 내뱉게 된다. '에휴... 뭐라도 되겠지...' 이렇게 써서 좋을 것 없는 문장 같은데, 한숨과 쩜쩜쩜을 언제쯤 걷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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