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65 days of drawing
어제 장을 보면서 귤 두 봉지를 샀다. 올 겨울 첫 귤. 두 입이면 끝날만큼 알이 잘긴 하지만 달고 맛있다. 맛있는 귤 두 봉지가 있으니 자연스레 뜨끈한 전기장판과 쌓인 만화책이 떠오른다. 언제 적부터 이어진 레퍼토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상상만으로도 사람 행복하게 만드는 힘은 여전하다. 사실 금요일에 장을 보며 귤을 샀던 이유도 모처럼 쉬는 주말에 뜨뜻한 전기장판 위에 배 깔고 누워, 밀린 영화나(만화책은 없으니) 실컷 보고 맘껏 뒹굴거리고 싶어서였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나에게는 우렁각시가 없었다. 밀린 영화는 무슨. 밀린 빨래와 청소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야금야금 먹고 싶었던 귤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급하게 당 보충하듯 먹었다. '서서갈비' 대신 '서서귤'이랄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또 한 번의 낭만 없는 겨울, 낭만 없는 주말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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