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과 오지랖의 사이에서 외줄타기

by 다라

타인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있다면, 그건 어떤 사람일까?


그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

상대의 나이보다 세 배 이상은 더 살아본 사람?

철학자, 종교인, 혹은 가족?


다 아닐 수도 있고, 다 맞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이거다.


상대가 그 사람에게 조언을 요청했을 때.


마치

파란 곰팡이가 둥둥 뜬 커피를 마셔버린,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의 나처럼!






"...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거 같으세요?"



나는 고민을 들어주고 있었다. 상대는 사회에서 처음 만난 인연이자, 예전엔 점장과 사원의 사이였던 친구로, 익명성을 고려해 점장님이라고 부르겠다. 사적인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진 점장님은 이야기의 끝에 내게 물었다. 자기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안 해보고 아쉬운 거보다는 나중에 후회 안 하게 지금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삶에 정답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가지 인생이 있고, 그만큼 선택지도, 상황도, 타이밍도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조언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가 받기 싫은 걸, 남에게 하고 싶지 않달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려 노력한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나를 아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린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밤, 전화로 나에게 고민 아닌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세돌 된 딸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감정선에 깊이 공감한 나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것들, 아는 지식, 모르는 지식까지 총동원해 친구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순도 100%의 애정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쳤다. 그냥 가만히 들어줄걸.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낳아본 적 없고,

육아를 해 본 적도 없는 내가


뭘 안다고 조언이라는 이름의 어설픈 오지랖을 부렸을까? 그리고 그 조언은, 훗날 돌이켜 보았을 때 실질적인 도움도 전혀 되지 않았다.


물론 내 친구는 나의 의도를 그렇게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나는 그때 상당히 무례한 일을 했다고 느꼈다.


그 이후로 섣부른 조언은 목구멍으로 삼키고,

조용히 공감하고 응원해 주기를 지키려 애쓴다.






뚜껑이 꼭 닫힌 텀블러를 미처 확인하지도 않고 커피를 마셔버린 내 잘못이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고, 내가 본의 아니게 탄생시킨 새로운 생명체들이 보였다.



오래된 커피는 파래진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다행히도 바로 몸에 이상은 없었지만, ‘이걸 그냥 두면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밀려왔다. 결국 동생에게 연락했다. (그렇다. 사실 별로 긴급하지도 않았다.)


-나 곰팡이 핀 커피 마셨는데 어떡하지. 병원 갈까?

-얼마나 마셨어?

-쪼롭 한 모금도 안되게?

-그럼 괜찮아. 나도 실수로 먹어본 적 있어.

-언제? 얼마큼?

-나는 카레 ㅋㅋㅋㅋ 근데 괜찮았어. 많이 먹은 거 아니면 그냥 물 마셔. 그럼 됨!



그리고 동생의 조언대로 나는 물을 왕창 마시고, 하루 종일 노시보 효과에 시달렸다.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이 없다가, 그다음 날 겨우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조언은 그 말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적당한 온도로 타이밍 맞게 전해질 때에야 비로소 효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삼켰을 때 속만 울렁거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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