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소환되어 역주행 중인 노래가 있다.
이건 첫 번째 레슨 좋은 건 너만 알기
이제 두 번째 레슨 슬픔도 너만 갖기
드디어 세 번째 레슨 일희일비 않기...
놀랍게도 이런 가사이다.
하지만 나는 유행열차에 탑승한 게 아닌, 이미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두었던 숨듣명이었다.
제목이 Thank U인데, 뭐에 감사하냐면 thank you for diss라고... 조롱과 비판을 밟고 올라가겠다는 의연한 태도를 3분 11초 동안 보여준다. 확실히 범인의 마인드는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이 노래가 역설하는 바와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누구보다 일희일비하고 있다!
하나하나 채용 단계를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는데,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누구보다 슬프다. 전지구적 위기보다 나라는 세계관의 붕괴가 나에겐 제일 큰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이슈 하나하나에 너무 진심으로 반응하면 나 자신이 금방 지치고 번아웃이 되기 때문에, 나는 그만큼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무더웠던 주말, 맛집 조사를 철저히 해 찾아간 평양냉면집이었다. 친구는 내가 찾은 곳이 냉면도 만두도 너무 맛있었다며 점심은 기꺼이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후식은 내가 쏘도록 하지, 하 우리는 신나게 2차로 디저트 맛집을 찾아갔다. 이런 인간관계에서 찾아오는 작은 성의와 배려가 나를 너무 기쁘게 한다.
얼마 전, 작은 메리골드 꽃다발을 선물로 받았다. 메리골드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최종 면접까지 본 후 받은 불합격 이메일을 읽은 뒤였다. 저녁으로 먹는 삼겹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었던 날이었다. 내 인생에서 받은 중 가장 사연 많은(?) 꽃다발이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그 꽃다발을 안고 있었다.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에게는 비밀이 있다. 유튜브의 영화 리뷰/분석 채널을 보면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기쁨이의 머리색이 파란 이유는 슬픔이의 색깔이 파랗기 때문이라고 한다. 슬펐기 때문에 그만큼 기쁨도 찾아오는 법이라는 깊은 메시지가 영화의 말미에 나오고, 그 이후로 기쁨이는 뇌내독재를 멈춘다.
어쩌면 나는 그이처럼 의연하게 '욕해줘서 고맙다, 짜샤!' 하기보다는 쭈욱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