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적인 관점의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후기

by 다라



목구멍이 포도청인 나는,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물류센터 일일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근무 조건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일일채용 공고에 합격했고, 스타렉스를 타고 타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굵고 짧게 찍먹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왔다.


이 찍먹에 대한 후기를 몇 가지 남겨보자면, 이러하다.



너무 덥다!

작업장 곳곳엔 선풍기와 냉방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지만, 일의 특성상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래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다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둘러보니, 체질에 따라 땀의 양이 천차만별이다. 운 좋게도(?)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이라면, 그나마 뽀송하게 일할 수 있다. (진짜 격차가 심하다!)


팀마다 냉장고에 얼음물이 넉넉히 구비되어 있어, 수시로 챙겨갈 수 있는 점은 좋았다.
물 한 방울 없이 깡깡 얼은 페트병은 약 한 시간 남짓 지나면 마실 만한 온도로 녹는다.



단순하지만 놀라운 자동화

일은 매우 단순하다.
새삼 놀랐던 건, 물류센터의 자동화 시스템이 생각보다 꽤 고도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의 손이 필요한 영역은 아주 일부분이다.

그리고 그 ‘아주 일부분’의 일을 하기 위해, 매일같이 일용직, 임시직, 일일 알바 인력을 수급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내가 몸담았던 어떤 글로벌 브랜드의 CEO가
“우리는 100% 자동화 물류센터를 도입했다”라고 전사 공유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던 그 혁신이, 지금 돌이켜보니… 십 년은 앞선 기술의 도입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랑할 만 해!!



쓸데없이 버리는 시간

임시직을 매일 뽑다 보니, 업무 전후로 ‘버려지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엔 주로 관리자들이 두 가지 문제로 고민한다.


이 사람이 왜 없지?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근본적인 문제는 관리할 수 없는 이탈 인원이 제일 클 것이다. 출퇴근할 때는 물론이고, 중간 쉬는 시간에도 이탈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인력 관리가 구전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 꼬이는 일이 잦다.
누구에게 무엇을 맡겼는지, 누구는 왜 안 왔는지… 귀납적 추론뿐,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 이틀로는 모른다

오래전 유행어 중에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말이 있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다르고, 매번 다르다. 한두 번 일한 것으로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

물류센터를 오래 다닌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고, 일을 찾고, 자리를 찾아야 한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줘야 할 관리자는, 놀랍게도… 거의 없다.

어제 처음 온 나에게 오늘은 '이거 할 줄 알죠?'라고 물어보면,

공식적인 인수인계가 없었는데 그게 가능한가? 싶다.

... 근데 나는 할 줄 안다(!).

전날 물류센터에서 오래 일한 분의 어깨너머로 일을 배웠다. 그런 식이다.


모르면 짬 당한다.

너무 잘 알아도 짬 당한다.


또한, 일일 알바 공고문과 다르게 잔업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잔업은 100% 발생하고, 언제 퇴근할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게 현실.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힘내세요,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물류센터에서 깔짝 일 해본 나의 후기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실내에서 움직이는 지게차는 너무 빠르고 무섭다. 조우한다면 까불지 말고 가만히 서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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