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봤던 웹툰의 어느 에피소드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자성어 하나라도 등 뒤에 놓고 기대 살면서 항상 네 삶의 자리를 지켜내라.'
내가 등에 받쳐놓고 있는 말은 이거다.
행복 총량의 법칙
올해는 1월부터 재수가 없었다.
지난겨울, 나는 빙판에 미끄러지는 펭귄처럼 길에서 넘어졌다. 민첩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니기에 아주 가끔씩 넘어지는 일은 있었지만 뼈가 부러진 적은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다리에 깁스를 하고 빳빳하게 고정된 다리 때문에 절뚝거리며 걸어 다닐 땐 마음속에서 탄식이 나왔다.
이번 여름이 이렇게 후끈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6월에는 건강검진 결과의 이상 신호로 또 난생처음으로 조직검사를 했다. 6개월 뒤 재검사를 해 봐야 정확한 소견이 나올 거라는 얘기에, 나는 과연 6개월 뒤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장기화된 백수 생활에 실마리 하나라도 풀어볼까 찾았던 선녀님은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올해가 삼재라 계속 일이 풀리지 않은 거라고. 이런 사후 풀이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때는 나름 간절했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이 훌쩍 지나간 8월이다. 지금 나의 상황도 많이 변했지만 썩 잘 되었다고 말하기는 섣부른 것 같다. 일이 안 풀리는 것 같아 답답할 땐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지금 행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중이라고.
모으는 과정은 아득하지만 마지막 도장까지 다 찍고 나면 허니버터브레드를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 온 마일리지의 마지막에 도달한다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 삼재 언제 끝나는데요?라고 물었을 때, 선녀님도 그랬다. 항상 삼재인 사람은 없다고.
거시적인 인생 전체의 타임 라인을 놓고 보지 않더라도 일주일이나 하루 단위의 행복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도 믿는다. 가령 지하철 연착으로 아등바등 출근해 겨우 지각을 면한 날, 아침부터 짜증 지수가 폭발했다. 그날 점심, 동료들과 커피 내기 가위바위보를 했을 때, 웬걸! 승률 30%도 안 되는 내가 내기에서 비껴갔다. 공짜 아아메를 마시게 되었을 때처럼, 비슷한 질량의 행복이 삶의 수평을 맞추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어떤 형태로든 올 수 있는 내 [커다란 행복]을 큰 그릇으로 맞이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복권방을 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