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 다정함으로 채워진 사람들

by 다라

"다라님 이사 축하드려요. 화장지 케이스인데 파란색 좋아하신다고 해서 골라봤어요."


무심하게 내민 쇼핑백을 보고 나는 벙쪘다. 물론 아주 좋은 의미로!


전 직장 동료분의 말은 하나하나 쪼개어 생각해 봐도 아주 충격적이었다. 지나가듯이 말했던 나의 이사 소식과, '있으면 좋겠지만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화장지 케이스, 언젠가 무심코 말했던 나의 최애 색깔을 기억해 직접 골라 준비한 선물이라니(물론 동료는 나와 같은 성별이다)!


나는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그 자리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리액션으로 선물에 감사를 표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우리 몸에서 물을 빼면

남은 30%는 다정함으로 채워진 사람들.



살다 보면 종종 체내가 다정함으로 가득 차있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다른 사람의 작고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고, 절대 부담스럽지 않을 수준의 선물과 멘트로 챙겨주는데, 그 안엔 사심도 의도도 없다. 그저 순수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내가 조용히 시샘하는 유형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마음을 받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나도 그렇게 챙기고 싶지만,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다. 소위 모든 과정이 [뚝딱거리는] 상태가 되고 만다. 누군가에게 도의적으로 선물을 하고 싶어도, 아니 거창하게 선물이랄 것도 없는 작은 성의에도


‘선물을 줄 정도가 아닐까?’

‘이거 부담스러우면 어쩌지?’

'오버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뭘 준비해야 하지?'

'뭐라고 말하면서 줘야 해?'


이런 식의 고민만 오백 번 하다가 결국엔 안 하게 되는 게 부지기수다. 사실, 노곤한 오후 세시에 누군가 스낵바에서 초콜릿 하나 챙겨다 툭 건네줘도 나는 정말 정말 기쁜데 말이지. 그런데 그 감정의 입장이 바뀌면 영 어렵고 불편하다.



퇴사를 한 이후에도 그렇다. 나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 내가 가진 나쁜 성격을 그럴싸하게 둘러대는 포장지로 쓰는 것 같지만. 환경이 바뀌어 더 이상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거나 시간을 내어 만나는 일은 나에게 너무 어렵고, 그야말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딴에는 그것 또한 인간관계요, 사회생활이라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행동이 아니다 보니 카카오톡이라는 최첨단 전서구(?)가 있음에도 선톡은커녕 날아온 톡 하나에 백 번은 고민하게 된다.



다라님 잘 지내시죠?



퇴사 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 내 이사 선물을 챙겨주었던 전 직장 동료분이 메시지를 보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고 자는 것처럼 관심과 다정함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게 참 부럽다. 물론 이번에는 목적이 있는 연락이었는데, 내가 인수인계한 내용은 아니었다.



조만간 봬요!



통화는 종료되었고 난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진짜로 만날 자신이 없으면 인사치레에도 좋아요~ 하고 대답하지 못하는 이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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