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어서 이룬 꿈

by 다라

어린 시절 내 꿈은 붕어빵을 굽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귀신 붕어 까먹는 소리냐고? 그 시절에는 붕어빵 타이쿤이라는 휴대폰 게임이 대유행이었다. 열심히 붕어빵을 구워 팔면서 [어른이 되면 붕어빵을 팔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다. 단팥을 좋아하는 팥순이로서 붕어빵을 먹는 것도 엄청 좋아했다. 돌이켜 보면 유치원생에게는 주문한 것 보다 1개씩 더 줘야하고, 붕어빵 출고가 지연되면 손님이 붕어빵 틀을 부수고 가는, 소상공인 두번 울리는 무자비한 게임이었지만 한동안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꿈을... 백수가 된 시점에서, 의외의 방식으로 이루게(?) 됐다.


창업을 했냐고? 아니. 퇴사 전부터 조금씩 일을 도와드렸던 아는 사장님을 통해 직접 빵 만드는 카페의 오전 아르바이트를 했다. (푸슈슈 읽으시는 분들의 김 빠지는 소리...) 비록 붕어빵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맛있는 크림빵이다.


알바생인 나의 일상은


아침 일찍 출근해 빵을 굽고 크림을 만든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나면 오후 아르바이트가 오는 시간까지 혼자서 제조·판매를 한다. 오픈 전까지 모든 종류의 빵을 구워 재고를 채워놔야 해서 출근 하자마자 꽤 바쁘다. 하지만 이 일을 정말 정말 재밌게 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빵이 정말 맛있다(제일 중요함).

2. 위치 덕분에 손님 응대가 편하다.

3. 혼자 일하는 점이 좋다.


출근하자마자 오븐을 예열하고, 빵 만들 준비를 하고, 굽고, 청소를 하고, 꺼내서 식히고...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성취감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는 붕어빵인지 크림빵인지가 중요한 게 아닌

또 한번 타이쿤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손님은 늘 예외에서 온다




알바순이 1N년 경력에 미션임파서블 전 시리즈를 섭렵하고, 1종 보통 운전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인 내 소견으로, 이 카페의 손님 응대 난이도는 최하 등급이지만 역시나 가끔씩 이레귤러한 경우도 있다.


단가가 왜 이렇게 비싸냐, 포장비가 왜 드냐 등의 무한의 트집 굴레에 빠트리는 사람,

이 카페의 브랜드 특성상(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나의 출신지나 고향을 오해하는 사람,

종교를 권유하는 사람 등등. 물론 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이 타이쿤의 솔로플레이를 헤쳐나갔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할아버지가 있는데, 갑자기 와서는 대뜸 "아가씨는 무슨 띠야?" 라고 물었다. 나는 왠지 기분이 나빠져 "왜 물어보시는데요?" 하고 물었고(이건 솔직히 전문가 자격 박탈이었다고 본다...)

할아버지는 나를 빤히 보더니 "아가씨 뱀띠지?" 했다. 대화를 즉시 종료했지만 사실 아직도 조금 화가 난다.



89년 뱀띠인지, 01년 뱀띠인지 물어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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