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국민학교 시절 성적표에는 행동발달평가라는 란이 있었다.
근면성, 책임감, 협동심, 자주성, 준법성 항목을 가 / 나 / 다 로 평가했다.
당시 아버지는 교과 성적과 함께 행동발달상황도 챙겨 보셨다.
사람이 살면서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 강조하면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늘 얘기하셨다.
어린 나는 5가지 항목에 길들여져 세상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살아왔다.
이 바람직한 태도들은 세상의 큰 울타리에서 나를 지켜주기도 했지만, 때로는 나를 지치게도 했다.
위의 5가지 항목은 개인보다는 사회에 어울리는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의 안녕보다는 타인의 안녕을 배려해야 했고, 어디에서든 융화되도록 내면의 목소리를 낮춰야 했다.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엄격하며,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끙끙거리고, 한편으로 부탁을 하지 못해 애가 탔다.
밑도 끝도 없는 희망고문에 시간을 갉아먹히고,
실속 없는 긍정의 단어에 목매어 감정이 수시로 허덕임을 느꼈다.
내 마음을 둘 곳을 몰라 방황하는 시절은 나이가 먹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는 그동안 아껴둔 곶감 같은 에세이였다.
북 토크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시원한 사이다급 멘트들, 애 둘러치지 않으면서도 순발력 있는 위트와 핵심을 꿰뚫어 보는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작가의 인스타 팔로우를 하면서 작가의 일상과 생각들을 보면서도 책 읽기는 아껴둔 터였다.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5가지 삶의 태도들에 대해, 살면서 부딪히게 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강요당한(?) 근면성, 책임감, 협동심, 자주성, 준법성과는 결이 다른 태도들이다.
자발성 -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관대함 -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정직함 -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성실함 -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함 - 나와 너의 개연성을 인정한다
일, 가정, 연애, 인간관계, 가족, 가사일 등 주변에서 누구나 겪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들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입에 발린 죽은 위로가 아닌 깍쟁이 같은 언니가 들려주는 꿀팁 같은 조언이 가득하다.
간결하고 시크하지만 애정과 진심이 담긴 문장에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
평소 인간관계 문제가 생기면 상대와의 관계가 깨진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 쪽에서 먼저 시도한다는 것이 더욱 어려웠고, 상대가 요구하면 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고, 상처 받는 것을 감수한 적도 많았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고, 요구하지 못했다. 그런 감정의 앙금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관계의 생로병사라는 문장을 보니 마음의 견고한 둑이 무너지면서 뒤늦게 정답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사람 사이 관계가 생기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이 자연스러운 순환을 억지로 막으려 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병든 관계면 치료를 해서 살리거나 혹은 죽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작가는 스스로 건조한 사람이라고 자주 일컫는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그 속에서 최대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본받고 싶은 점이다.
앞으로 내가 갖추고 지켜야 할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인생을 자발적으로 임해야 할 것을 가장 큰 틀로 삼아야 할 것이고, 다음으로 스스로에게 솔직해야겠다.
마음, 감정, 욕구에 보다 귀 기울이는 삶을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타인을 볼 때는 나와 공정한 잣대로 다름을 인정해야겠다.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도록!!~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