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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May 29. 2021

바다의 위로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바다가 나를 불렀는지

내가 바다를 불렀는지

알 수 없으나


주인없는 목소리를 듣고나서

몇 시간 후

동해 바다 앞에 서 있는 나를 만났다.


바다와 파도의 대화 소리를 엿듣고

바람과 석양의 술래잡기를 구경하다

내 마음 속 사연은 모래에 묻어두고

손발에 묻은 모래는 툭툭 털어버렸다.


내가 바다를 위로했는지

바다가 나를 위로했는지

역시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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