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당신을 응원하며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DJ가 하는 맨트를 듣고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다. 많은 말도 아닌, 여덟 글자로 된 단 하나의 문장이었다.
감정에 속지 마세요.
살다 보면 가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기력증이 몰려 올 때가 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것 같이 보이고, 이대로 점점 바닥으로 꺼져버릴 것 같은 그런. 그럴 때면 나는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지곤 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이런 무력감을 겪게 된다. 그런 무력감이 왜 찾아오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 무력감이 찾아오는 건 내부적인 요인이 있을 것이고, 또 외부적인 요인이 있을 것이다. 먼저 내부적인 요인, 나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우리는 무력감을 겪게 된다. 사람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에 대해 실망을 했을 때' 가장 힘들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다른 누군가에게 화가 나고 실망했을 때는 화풀이할 대상이 있지만, 나에게 실망할 때는 빠져나갈 구멍 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또는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어두운 감정에 휩싸이고 마는 경우도 있다. 남들로부터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학대를 당해서 자신을 남들이 말하는 그 무력한 자아와 동일시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며칠 전 TV를 보는데, 그 프로에 어떤 귀여운 여자 한 분이 방청객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주눅 들어 있었고, 자신감 없는 표정과 행동들을 보였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게, '너 왜 이렇게 못생겼냐', '그 얼굴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 등의 언어 폭력을 들어왔다고 했다. 어쩜 그런 친구들이 있는지 TV를 보고 있는 내가 다 화가 났다.
프로그램의 게스트와 MC들은 그 여자분에게, 전혀 그런 생각 말라고 충분히 예쁘고 귀엽다고 말해주었다. 다른 방청객들도 그분을 보며,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참 귀엽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누군가가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언어폭력들에 어떤 이는 그토록 아름다운 자신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게스트로 나왔던 장윤주 씨가 그 여자분을 꼬옥 안아주며,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런 얘기 처음 듣는다'며 그 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 그렇게 안아주며 같이 화도 내주며 진심 어린 대화를 할 친구가 필요했던 그녀. 그 시간들이 전환점이 되어 앞으로는 좀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길 TV를 보며 응원했다.
감정에 속지 마세요.
어떨 때는 누군가가 장난 삼아 얘기한 그 말 한 마디에 상처를 입어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우울하고 좋지 않은 감정에 속고 마는 것이다. 또 때론 내 안에 있는 내가 나에게 삿대질을 한다. 넌 왜 늘 그 모양이냐고.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고, 또 남에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에 깊이 빠져서 그만 자신을 올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늪에 빠져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없고, 거저 태어난 사람은 결코 없다. 어두운 감정에 속아 그만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신이 충분히 귀한 한 사람임을 잊지 말기.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고 밝아졌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말해본다. 마음에 세 번 새겨 잊지 않으려고.
감정에 속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