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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Nov 10. 2015

그러기 위해, 내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깨닫기 위해 참 많이도 돌아왔던 나날들.

나에게 첫사랑의 기억은 몽글몽글 아름답기도 하지만, 잔인하도록 시리기도 하다. 어쨌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누구에게나 아픔일 테니까. 달콤한 꿈을 꾸고 난 후 깨었을 때 그 허무함과 공허함은 더욱 깊다. 나에게 첫사랑이 그랬다. 아주 예뻤고 달콤해서 결코 깨어나기 싫었던 짧았던 추억. 그래서 아마 깨어난 후의 아픔이 더욱 깊었던 것 같다. 잠깐의 사랑이었지만, 이별은 길었다. 짧은 사랑과 긴 이별. 그 긴긴 이별이 끝난 어느 날,  나는 우연히 그때 그 시절의 그와 마주했다.



추억은 힘이 없다?


https://www.pexels.com/


내 SNS의 역사는 아이러브스쿨 열풍의 끝자락에 잠깐 올라탔다가 그해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갈아타면서부터 시작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지나 싸이월드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그리고 티스토리까지. 많은 곳에 내 흔적들을 남겨왔지만 아무래도 싸이월드만큼 애정 있게 꾸려갔던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가장 오래했던 SNS도 싸이월드였으니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겠는가.

그런 싸이월드를 잊고 살아갈 무렵, 어느 날 우연히 싸이월드 블로그에 적었던 글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싸이월드 사이트를 방문했다. 마침, 이제 막을 내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는 방명록과 쪽지, 일촌평을 백업하라는 문구가 떴고 나는 그 창을 클릭해서 그 글들을 다 백업했다. 그럴 계획도 없었고 그저  생각이나서 들어간 사이트에서 우연히 아주 우연한 이유로.

그렇게 다운받은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데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하나둘씩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파릇파릇하고 예뻤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 없이 주르륵 글을 읽고 있다가 어느 한 글에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내 시간을 통틀어 가장 많이 마음에 붙들고 있었던 아이. 그래서 한참 동안이나 아파해야 했던. 그 아이의 글을 읽는데 마치 가장 좋았던 그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니 두근거렸다기보다는 아주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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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참 많이 서툴렀고(물론 지금도 여전히 서툴지만), 결국은 서서히 멀어지는 걸 바라만 보며 아파해야 했던 풋사랑. 그때 그 이야기들이 다시 펼쳐지는데 그때도 역시 예쁘게 물들어가던 가을이었어서 그 추억들이 조금은 더 아려왔다.

추억은 힘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추억이란 그게 어떠한 추억이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잊혀져서 없어진 것 같아 보이지만 기억이란  마음속 깊고 깊은 어딘가에 그때 그 모습 그대로(아니면 더 몽글몽글하게) 잘 숨어있다가, 어떠한 기억 속의 감각들이  몸속에 스며들었을 때 다시금 살아나 내 전체를 흔들어버릴 수 있다. 그게 어찌 힘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이젠 내가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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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긴 이별. 모든 좋은 만남이란 언제나 그렇게 느껴진다. 마음을 다 담아 사랑했던 이와의 만남이라면 더더욱. 모질게 떠난 그가 밉기도 했고, 놓지 못해 긴 시간 끌어안고 있었던 내가 미련하기도 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 뒤돌아보니 이제서야 우린 인연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걸 알기 위해 참 많이도 돌아왔다.

아픈 기억이든 좋았던 기억이든 그때 그 시절이 나를 있게 했으니 그걸로 됐다. 예쁜 상자에 넣어 둔 편지처럼 다시 기억 상자에 잘 보관해두어야겠다. 다시 꺼내볼 일이 있을까? 그땐 지금보다는 더 좋은 파동으로 예쁘게 펼쳐졌으면 좋겠다. 이젠 진심으로 네가 행복해졌으면 하고 빌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내가 더 많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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