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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Jul 23. 2021

신혼 9개월 차의 일상

집안일 편

결혼하고 9개월이 지난 요즘 신혼생활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편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느낌은 집안일을 분담하면서 더욱 느껴졌다. 성격상 나는 리더, 남편은 서포터 성향이어서 그런지 집안일은 거의 내가 주도해서 분담했고, 고맙게도 남편이 나의 결정에 잘 따라줘서 지금은 서로의 제 역할을 묵묵히 잘 해내고 있다. 다만, 빨래와 관련된 모든 일(세탁기, 건조기 돌리고 널고 개기)만큼은 본인이 전담하겠다는 말에 나는 신혼 초반부터 빨래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남편: 청소기 돌리기, 음쓰 버리기, 화분에 물 주기, 빨래 관련된 모든 일

나: 요리, 걸레질, 화장실 청소

공통: 식기세척기 관리, 분리수거


여유가 될 때는 서로의 일을 구분 짓지 않고 하는 편이지만 거의 이렇게 분담하고 있다. 집안일 종류의 개수로만 따지면 남편의 역할이 많지만 그렇다고 남편 입장에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 화장실 청소는 집안일 중에서 중요도와 노동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장실만큼은 항상 쾌적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락스 청소를 하는 편이다. 뿌리기만 하면 끝이라는 OO제품도 써봤지만 결코 락스만 한 효과는 없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락스 물을 끼얹고 수세미로 바닥, 변기 등 화장실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청소를 하고 일어서면 어쩔 수 없이 망신창이가 된 내 모습을 거울로 마주하게 된다. 독립하기 전에 집안 화장실 청소는 항상 엄마가 해오신 일이기에 결코 신경 쓴 적이 없었는데, 화장실 청소하는 중 거울로 생쥐꼴이 된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사실이 후회될 만큼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 빨래를 전적으로 맡게 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중, 고등학교 때에는 운동선수로 지내느라 숙소 생활을 했고 대학교 시절에는 자취를 했다. 수년간 타지 생활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빨래를 다루는 능력을 키웠을지도 모른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 때에도 본인만의 루틴이 있다. 우선 빨래를 가져와서 필요한 옷걸이, 바지걸이 개수를 세고, 그 수만큼만 걸이들을 가져오고, 주름이 펴지게 옷을 하나씩 집어서 탈탈 털고 접힌 부분은 고이 펴서 걸이에 건다. 양말도 짝을 맞춰 가지런히 놓아야 한다.


수건을  때는 꾹꾹 눌러가며 각을 잡는다.  순서에 따라서 개야 한다. 내가 종종 옆에서 지켜보면 “다음에  수건 색은 무슨 색이게?”라고 물어본다. 나는 “보라색?”이라고 떠보듯이 답했는데 정답이란다. 직감으로 답했는데 혔다니... ‘우린 진정 부부인가 라는 생각은 이럴  든다.

 

이렇게 집안일은 남편도 나도 불만 없이 같이 하면서 지내고 있다. 주말 아침마다 아침밥을 다 먹어갈 때쯤 내가 “이제 청소 시작할까?”라고 물으면 “(글자 그대로) 알-게-쒀..”라며 볼에는 바람을 넣고 입술은 삐죽 내밀며 투정 부리듯 대답한다. 그리고 남편은 자연스럽게 청소기가 있는 자리로 향한다. 몸이 기억할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당연한 일은 없는 법. 집안일을 마치고 서로에게 주고받는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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