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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에서...

한 군인의 시를 만나다

by Le Studio Bleu


지각.

6월의 더운 여름날, 처음으로 지구방위대(동네를 지키는 예비군 아저씨들)를 인솔해야 하는 날이었다.


동대장님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그만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장충동 언덕을 급히 뛰어가면서 시계를 보며 나는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래, 이정도면 괜찮다.


멀리 앰배서더 호텔 앞을 지나갈 무렵,

나의 눈에 한 노신사와 그를 부축하는 여사님이 보였다.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신사분은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여사님이 연신 부축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길 반대편에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그 분이 손을 흔들었다.


순간 멈춰서서는 뒤를 돌아봤다.

나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그를 보았다.

하늘색 배레모를 쓴 노신사분은 정복을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훈장이 한가득 달려있었다. 한 눈에도 그가 한국전을 겪은 베테랑 군인임을 알 수 있었다.


무얼 해야할까?

잠깐 생각한 나는 오른손을 들어 경례를 올렸다.

최대한 애우를 다해서 인사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답례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이 곳에서 목숨걸고 싸웠을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군복을 입은 나의 모습을 보면서,

노병의 기억에서 같이 어깨를 마주하고 싸웠을 전우들이 생각났기를 바랬다.


더운 여름날,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군인이었다.

한국전쟁 기록사진 중에서, 오열하는 병사와 부축하는 동료들,,.남은이들의 역할은 이들을 안아주는 것

If you are able,

save them a place inside of you and save one backward glance when you are leaving for the places they can no longer go


가능하다면,

마음속 한 곳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향해 떠날

그들의 뒷모습을 기억해 주세요.

Be not ashamed to say you loved them,

though you may or may not have always.


그들을 사랑했다는 말을 부끄러워 말아주세요,
사랑했거나 그러지 않았다 해도 ...

Take what they have left and what they have taught you with their dying and keep it with your own.


그들이 죽어가며 당신들에게

남긴 것들과 가르쳐준 것들을 기억해주세요.

And in that time when men decide and feel safe to call the war insane,

take one moment to embrace,those gentle heroes you left behind.


그리고 언젠가,

이 전쟁이 미친 짓이라

외칠수 있는 그런 때가 온다면,

조용히 남겨진 영웅들을 안아 주세요.

- Maj. Michel Davids O’Donnell

소령, 마이클 데이비스 오도넬

(작전중 전사, 사후 추서)


- Dak to in Vietnam, 1970 -

- 베트남 닥토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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