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바람에 스치울 때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 입니다.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나를 부르지마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위에도
자랑 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