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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 Studio Bleu Mar 02. 2021

동주

별이 바람에 스치울 때

<< 동주, (2016년, 한국) >>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 입니다.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차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한번도 손들어 보지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텐데....


나를 부르지마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위에도

자랑 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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