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핀 연꽃 하나
문 안으로 한 걸음을 옮겼다.
나를 이끌던 검은 고양이.
뒤꽁무니가 보이던 녀석이 눈에서 사라졌다.
녀석의 인내심은 딱 여기까지인가 보다.
아무런 사냥감도 가져오지 않은 불손한 이방인.
나는 너를 더 이상 안내하지 않을 거야!
고양이의 마음이 이러지 않았을까?
졸지에 버림받은 나는 조용한 정원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뉘엿뉘엿 해는 지고 있고,
붉게 변해가는 햇살의 붓터치를 받은
지붕과 건물들의 색감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내가 아는 모스크 사원은 둥근 지붕과 하얀 벽들이 가득한 그런 곳이다. 나는 이 조그만 돌다리를 건너면서, 이곳이 낯설다는 생각만 든다.
기암괴석으로 장식해놓은 조그만 정원,
정문을 지나 고양이가 인도한 신성한 정원에서,
조금 더 신성한 곳으로 갈 수 있는 다리.
모양이 도사들이 사는 도교사원 같다.
그나저나 이 다리를 건너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나올까?
처음으로 이슬람 사원을 구경하는 나는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넌다.
풀벌레들이 발걸음에 맞추어 연주를 멈추다가,
다시 나의 뒤에서 시끄러운 합창을 시작한다.
"모스크란 건 말이야, 장식이란 게 금지되어 있어."
무슬림임을 자랑스러워하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신은 형상화될 수 없기에 그 흔한 조각상 하나 없다고 하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럼 그 많은 공간이 밋밋하지 않아?"
나는 왠지 재미없을
벽과 유리창을 생각하며 이야기했었다.
십자가가 없는 성당,
불상이 없는 절...
뭐 이런게 가당키나 한 걸까?
알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던 친구의 얼굴이
본당 건물 안을 들어갈 때 생각났다.
정말 안은 아무도 없는 그저 그런 넓은 공간.
기대를 많이 내려놓고 왔지만,
휑한 공간은 나를 실망시키기 충분했다.
겨우 이 방석들 보자고 온 것일까?
불신자를 위한 멋진 공간은 정녕 없는 것일까?
라고 나는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꾸미지 않는 것이 순수한 것이다.'
친구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쳇, 겉멋만 가득 든 녀석~!
한번 심하게 실망을 해서일까?
별 기대 없이 고개를 돌리고 나오는 나의 눈에
갑자기 색감 가득한 풍경들이 들어왔다.
본당 앞의 의자 위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안을 바라보고 있는 노란 머리의 여자 아이.
무심한 듯 하지만 알고 보면 조심스럽게,
바닥을 비질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
고물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조는 건지 기도를 올리는지 모를 흰 모자 쓴 청년.
칭전스의 본당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본연의 색을 찾아간다.
지붕 위를 바라보곤 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친구야,
적어도 서안에선 네 말은 틀렸어.
파란 지붕 위에 조르르 줄지어 앉아있는
귀여운 어처구니들의 모습이 보였다.
삼장법사와 아해들이 왜
이슬람 사원 처마에 앉아 있을까?
음~~ 아무튼 멋지다.
옛날에 이곳에서 살던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이렇게 지키면서도, 여기 사람들의 문화와 어울려 사는 쿨함을 가졌나 보다.
정원 한가운데는 한 송이 연꽃이 보인다.
처마 위에 도교식 장식물과,
본당 가득한 이슬람식 상징들.
그리고, 그 앞에 작은 부처님의 연꽃 하나.
모든 것들이 하나로 섞여 버리는 곳.
혼란스러울 겨를도 없이
숨 막히게 신비로운 이 공간에서,
어깨너머로 바람을 타고,
잔잔한 아잔 소리가 들려왔다.